가을여행
-
희망에게 / 이해인산 2017. 11. 9. 21:41
희망에게 / 이해인 하얀 눈을 천상의 시(詩)처럼 이고 섰는 겨울나무 속에서 빛나는 당신 1월의 찬물로 세수를 하고 새벽마다 당신을 맞습니다 답답하고 목마를 때 깎아먹는 한 조각 무우맛 같은 신선함 당신은 내게 잃었던 꿈을 찾아 줍니다 다정한 눈길을 주지 못한 나의 일상(日常)에 새 옷을 입혀 줍니다 남이 내게 준 고통과 근심 내가 만든 한숨과 눈물 속에도 당신은 조용한 노래로 숨어 있고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라는 우리의 인사말 속에서도 당신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고 있습니다 내가 살아 있음으로 또다시 당신을 맞는 기쁨 종종 나의 불신과 고집으로 당신에게 충실치 못했음을 용서하세요 새해엔 더욱 청청한 마음으로 당신을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단식이 힘들까? 고민이 힘들까? 아님 가을에 낙옆지는 나무..
-
가을 선운사의 추억,,,!산 2017. 10. 3. 19:39
오래된 가을 / 천양희 돌아오지 않기 위해 혼자 떠나 본 적이 있는가 새벽 강에 나가 홀로 울어 본 적이 있는가 늦은 것이 있다고 후회해 본 적이 있는가 한 잎 낙엽같이 버림받은 기분에 젖은 적이 있는가 바람 속에 오래 서 있어 본 적이 있는가 한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이 있는가 증오보다 사랑이 조금 더 아프다고 말한 적이 있는가 이런 날이 있는가 가을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는 것 보라 추억을 통해 우리는 지난 간다. 지난 상사화 필 무렵에 선운사에 다녀왔습니다 매년 가는 일상이지만, 가을을 만납니다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
-
상사화의 계절 입니다산 2017. 9. 17. 21:43
길을 걷다가 / 유인숙 문득 주저앉고 싶을 때가 있다 애써 눈물을 감추려다 주체 못 할 설움에 굵은 눈물 쏟아내고 싶을 때가 있다 사람들은 편견의 울타리를 만들어 놓고 슬픔의 이유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깊은 고독에 해야 할 말을 잃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저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멍하니 앉아있고 싶을 때가 있다 생각의 끈을 놓아버린 채 뇌리에 백지 하나 걸어두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부터 아빠 가시고기처럼 돌 틈에 머리를 막고 죽어가더라도 그렇게 이유 없이 사랑하고 싶을 때가 있다 좋은 사랑이 되고 싶다 / 유인숙 아, 내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메어야 할 짐이 있다면 찡그린 얼굴로 돌아서거나 버거워하지 않는 삶 하찮은 것조차 기뻐하는 삶이고 싶다 한순간이라도 서로의 짐을 나누어지고 때로..
-
2017, 불갑산 상사화 개화 현황삶 2017. 9. 17. 08:40
상사화 / 이해인 수녀 아직 한번도 당신을 직접 뵙진 못했군요 기다림이 얼마나 가슴아픈 일인가를 기다려 보지 못한 이들은 잘 모릅니다 좋아하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서로 어긋나는 안타까움을 어긋나보니 않은 이들은 잘 모릅니다 날마다 그리움으로 길어진 꽃술 내 분홍빛 애틋한 사랑은 언제까지 홀로여야 할까요? 침묵 속에서 나는 당신께 말하는 법을 배웠고 어둠 속에서 위로 없이도 신뢰하는 법을 익혀 왔습니다 죽어서라도 당신을 만나야지요 사랑은 죽음보다 강함을 오늘은 어제보다 더욱 믿으니까요 상사화 /이재성 긴 긴밤 애타는 그리움으로 행여나 님의 소린가 바람결에 잠이 든다 잎새 떠난 그 자리에 피어나는 안개처럼 풀잎지고 꽃이피니 눈물꽃 상사화라네 붉게 젖은 눈망울에 노랗게 타버린 가슴이여 이룰수 없는 사랑 애처러움..
-
가을 용비지의 아쉬움!삶 2016. 10. 13. 22:40
용비지(龍飛池)는 언제나 호젓했습니다 가을이라서 가뭄으로 드러난 바닥이 안쓰럽습니다 겨울이 오고 눈이 소복이 내린 날을 기약해봅니다 2016년 봄의 모습입니다 그날은 꽃의 시선이 되었고, 나무의 시선이 되었습니다 인간의 시선을 벗어난 세상은 어떤 곳일까 ! 꽃이 바람에게 전하는 말 / 박강수 아서 아서 꽃이 떨어지면 슬퍼져 그냥 이 길을 지나가 심한 바람 나는 두려워 떨고 있어 이렇게 부탁할께 아서 아서 꽃이 떨어지면 외로워 그냥 이 길을 지나가 빗줄기에 너무 차가워 서러우니 그렇게 지나가줘 검은 비구름 어둠에 밀리면 나는 달빛을 사랑하지 이런 나의 마음을 헤아려주오 맑은 하늘과 밝은 태양 아래 나를 숨쉬게 하여주오 시간이 가기 전에 꽃은 지고 시간은 저만큼 가네 작은 꽃씨를 남기고 길을 따라 시간을 맞..
-
꽃무릇 필무렵, 선운사의 추억,,,!(1)삶 2016. 10. 2. 00:02
시간이 지나고 그동안 돌아보지 않았던 등 뒤를 돌아보면 안다 나를 위해 헌신해준 많은 이들을,,, 미안하다, 내 등 뒤의 사랑이여! 계절도,,, 꽃도,,, 지나면 아쉽고, 소중하다 추억이란 이름만이 남는다 혼자 / 이정하 부는 바람이야 스쳐 지나가면 그뿐 남아 흔들리던 나는 혼자 울었다 산다는 건 그렇게 저 혼자 겪어내야 하는 일이다 모든 걸 저만치 보내놓고 혼자 가슴을 쓸어내리고 혼자 울음을 삼키며 혼자 하는 모든 것에 조금씩 익숙해지는 일이다 흔들리되 주저앉지는 마라 손 내밀어 줄 사람도 없으니 혼자 일어서려면 참 힘겹고도 눈물겨우니 가을비에 젖은 상사화가 싱그럽기도,,, 애틋하기도 하다 그런 느낌이 있어 오는 것인가? 난 매년 온답니다 이 아름다운이들을 보러 선운사에 옵니다 사랑하고 사는 일이 죽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