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
-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삶 2017. 5. 9. 21:23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람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람한다 기븜도 눈물이 없으면 기븜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앚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예전에는 무엇이든지 이기고 싶었다 나이가 들면서 그것은 아주 값어치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같은 날은 또 배운다..
-
노고단 털진달래를 만나러,,,!산 2017. 5. 8. 12:53
산길에서 / 이성부 이 길을 만든 이들이 누구인지를 나는 안다 이렇게 길을 따라 나를 걷게 하는 그이들이 지금 조릿대발 눕히며 소리치는 바람이거나 이름 모를 풀꽃들 문득 나를 쳐다보는 수줍음으로 와서 내 가슴 벅차게 하는 까닭을 나는 안다 그러기에 짐승처럼 그이들 옛 내음이라도 맡고 싶어 나는 자꾸 집을 떠나고 그때마다 서울을 버리는 일에 신명나지 않았더냐 무엇에 쫓기듯 살아가는 이들도 힘이 다하여 비칠거리는 발걸음들도 무엇 하나씩 저마다 다져 놓고 사라진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나는 배웠다 그것이 부질없는 되풀이라 하더라도 그 부질없음 쌓이고 쌓여져서 마침내 길을 만들고 길 따라 그이들 따라 오르는 일 이리 힘들고 어려워도 왜 내가 지금 주저앉아서는 안 되는지를 나는 안다. 산길 / 이성부 모든 산길은 조..
-
고창청보리밭축제삶 2017. 5. 7. 08:08
봄날은 간다 / 기형도 햇빛은 분가루처럼 흩날리고 쉽사리 키가 변하는 그림자들은 한 장 熱風에 말려 둥글게 휘어지는구나 아무 때나 손을 흔드는 미루나무 얕은 그늘 속을 첨벙이며 2시반 시외버스도 떠난 지 오래인데 아까부터 서울집 툇마루에 앉은 여자 외상값처럼 밀려드는 대낮 신작로 위에는 흙먼지, 더러운 비닐들 빈 들판에 꽂혀 있는 저 희미한 연기들은 어느 쓸쓸한 풀잎의 자손들일까 밤마다숱한 나무젓가락들은 두쪽으로갈라지고 사내들은 화투패마냥 모여들어 또 그렇게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간다 여자가 속옷을 헹구는 시냇가엔 하룻밤새 없어져버린 풀꽃들 다시 흘러들어온 것들의 人事 흐린 알전구 아래 엉망으로 취한 군인은 몇 해 전 누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여자는 자신의 생을 계산하지 못한다. 몇 번인가 아이를 ..
-
봄비 속을 걷다 / 류시화산 2017. 5. 5. 15:59
봄비 속을 걷다 / 류시화 봄비 속을 걷다 아직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봄비는 가늘게 내리지만 한없이 깊이 적신다 죽은 라일락 뿌리를 이깨우고 죽은 자는 더 이상 비에 젖지 않는다 허무한 존재로 인생을 마치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봄비 속을 걷아 승려처럼 고개를 숙인 저산과 언덕등 집으로 들어가는 달팽이의 뿔들 구름이 쉴새없이 움직인다는 것을 비로소 알고 여러 해만에 평온을 되찾다 개심사 청벗나무 아래,,,! 자신이 걸어가는 길에 있는 것들에 관심이 앖는 사람은 목적지에 도달해서도 행복하지 못하다 -- 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
-
2017년 태안국제튜립축제,,,!삶 2017. 5. 4. 20:58
안면도 신온리에서 열리는 튜립축제에 다녀왔습니다 행복한 꽃의 향연입니다 http://www.ffestival.co.kr/web/ 개화-안도현 생명이 요동치는 계절이면 넌 하나씩 육신의 향기를 벗는다 온갖 색깔을 고이 펼쳐 둔 뒤란으로 물빛 숨소리 한자락 떨어져 내릴때 물관부에서 차 오르는 긴 몸살의 숨결 저리도 견딜 수 없이 안타까운 떨림이여. 허덕이는 목숨의 한 끝에서 이웃의 웃음을 불러 일으켜 줄지어 우리의 사랑이 흐르는 오선의 개울 그 곳을 건너는 화음을 뿜으며 꽃잎 빗장이 하나 둘 풀리는 소리들. 해볓은 일제히 꽃술을 밝게 흔들고 별 무늬같이 어지러운 꽃이여. 이웃들의 더운 영혼 위에 목청을 가꾸어 내일을 노래하는 맘을 가지렴. 내일을 노래하는 맘을 가지렴. 길 위에서,,, 길을 걸으며,,, 나와..
-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 황지우산 2017. 5. 3. 20:45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 황지우 초경을 막 시작한 딸아이, 이젠 내가 껴안아줄 수도 없고 생이 끔찍해졌다 딸의 일기를 이젠 훔쳐볼 수도 없게 되었다 눈빛만 형형한 아프리카 기민들 사진; "사랑의 빵을 나눕시다"라는 포스터 밑에 전 가족의 성금란을 표시해놓은 아이의 방을 나와 나는 바깥을 거닌다, 바깥; 누군가 늘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을 피해 다니는 버릇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다 옷걸이에서 떨어지는 옷처럼 그 자리에서 그만 허물어져버리고 싶은 생; 뚱뚱한 가죽 부대에 담긴 내가, 어색해서, 견딜 수 없다 글쎄, 슬픔처럼 상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그러므로,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혼자 앉아 있을 것이다 완전히 늙어서 편안해진 가죽 부대를 걸치고 등 뒤로..
-
자연산 철쭉꽃이 만발한 보성 일림산 !산 2017. 5. 2. 20:56
0, 산행 일시 : 2017, 05, 01 0, 산행코스: 용추골 원점회귀(사자산으로 가다가 차량이 ㅠ 알바 조금 함) 0, 철쭉 개화 상태 : 정상 부 만개, 한치재쪽과 봉수대 쪽은 이번주 만개로 추정 0, 기타 : 일림산 철쭉축제가 2017,05 06-- 2017, 05, 07까지 개최됩니다 관광버스를 대동하신 분들은 한치재에서 장흥 제암산 까지 종주를 권합니다 ▷ 산행안내 ▷ 용추골 코스 일림산 산행은 크게 용추폭포, 한치재 봉서동 코스로 나누며 용추폭포 코스를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다. 용추폭포 코스는 용추폭포~골치재~작은봉~일림산~헬기장~임도~용추폭포로 이어지며, 용추폭포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용추계곡 사이의 편백숲을 따라 약 30분정도 걸으면 지금은 경작하지 않지만 골치라는 폐 농경지와 임..
-
일림산 편백나무숲에서,,,!산 2017. 5. 1. 21:41
산 / 함민복 당신 품에 안겼다가 떠나갑니다 진달래꽃 술렁술렁 배웅합니다 앞서 흐르는 물소리로 길을 열며 사람들 마을로 돌아갑니다 살아가면서 늙어가면서 삶에 지치면 먼발치로 당신을 바라다보고 그래도 그리우면 당신 찾아가 품에 안겨보지요 그렇게 살다가 영, 당신을 볼 수 없게 되는 날 당신 품에 안겨 당신이 될 수 있겠지요.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없이 맑았다 --- 도종환 산경 중에서 -- 보성 일림산 편백나무숲에서,,,, 30만평의 자연산 철쭉밭이 있는 곳인데, 용추계곡은 편백 숲입니다 산길 동행도 없고 , 누가 누구의 길을 대신할 수 있는가? 혼자 걷는 길에도 선경이 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