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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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자 / 박남준삶 2017. 1. 3. 23:14
중독자 / 박남준 익어가고 있다 햇빛과 달빛 별들의 반짝이는 노래를 기다렸다 너무 격정적이지 않게 그러나 넉넉한 긴장과 두근거림이 휘감았다 마디마디 관통했다 사랑이었던 슬픔이었던 너를 당신을 나를 은밀의 바닥에 깔아 무참히도 구긴다 비빈다 휘감다 뭉갠다 산다는 것 이렇게 서로의 몸을 통해 흔적을 남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 퍽큐- 나를 더 뜨겁게 짓이겨줘 악을 써봐 제발 비명을 질러봐 어찌하여 상처가 향기로운지 이따금 틈틈이 모던한 멜랑코리와 주렴 너머의 유혹이 슬그머니 뿌려진다 차잎의 그늘이 깊어진다 어쩌면 고통.. 어쩌면 욕망의 가장 먼 길 저 산 넘어 끝자리 한 점 티끌이기도 거대한 중심이기도 지독하다 끔직하다 너에게로 물든 중독 발효차가 익었다 우주의 고요 한 점 아침 찻잔에 띄운다. 꽃이 흐트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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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 김지하삶 2017. 1. 2. 22:00
아내에게 / 김지하 내가 뒤늦게 나무를 사랑하는 건 깨달아서가 아니다 외로워서다 외로움은 병 병은 병균을 보는 현미경 오해다 내가 뒤 뒤늦게 당신을 사랑하는건 외로워서가 아니다 깨달아서다 사람은 자신이 오랫동안 바라본 것을 닮는다 내가 죽을 때 바다를 닮은 얼굴이 되어 있다면 좋겠으나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다 최소한 빈 술병이라도 닮기를 희망한다 --- 내 술상의 위의 자산어보 중에--- 묵혀놨던 사진 입니다 오늘은 누가, 저도 많이 아픕니다 가을날에 추억으로 일어나십시요 시린 가슴을 도솔천에 맡겼던 추억이 그립습니다 혼자서 중얼거립니다 가을 때문이라고,,,, 후회는 더 사랑하지 못하는데서 온답니다 오늘은 새해 첫날, 첫키스처럼 영혼에 기대어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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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용봉산에서 새 아침을 맞이하며,,,!산 2017. 1. 2. 18:01
소원시(所願詩) /이어령 벼랑 끝에서 새해를 맞습니다. 덕담 대신 날개를 주소서. 어떻게 여기까지 온 사람들입니까. 험난한 기아의 고개에서도 부모의 손을 뿌리친 적 없고 아무리 위험한 전란의 들판이라도 등에 업은 자식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남들이 앉아 있을 때 걷고 그들이 걸으면 우리는 뛰었습니다. 숨 가쁘게 달려와 이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눈앞인데 그냥 추락할 수는 없습니다. 벼랑인 줄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어쩌다가 북한이 핵을 만들어도 놀라지 않고, 수출액이 5000억 달러를 넘어서도 웃지 않는 사람들이 되었습니까? 거짓 선지자들을 믿은 죄입니까? 남의 눈치 보다 길을 잘못 든 탓입니까? 정치의 기둥이 조금만 더 기울어도, 시장경제의 지붕에 구멍 하나만 더 나도, 법과 안보의 울타리보다 겁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