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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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 드리는 노래 -이해인 -삶 2014. 2. 17. 09:00
어머니께 드리는 노래 / 이해인 수녀님 어디에 계시든지 사랑으로 흘러 우리에겐 고향의 강이 되는 푸른 어머니 제 앞길만 가리며 바삐 사는 자식들에게 더러는 잊혀지면서도 보이지 않게 함께 있는 바람처럼 끝없는 용서로 우리를 감싸 안은 어머니 당신의 고통 속에 생명을 받아 이만큼 자라 온 날들을 깊이 감사할 줄 모르는 우리의 무례함을 용서하십시오 기쁨보다는 근심이 만남보다는 이별이 더 많은 어머니의 언덕길에선 하얗게 머리 푼 억새풀처럼 흔들리는 슬픔도 모두 기도가 됩니다 삶이 고단하고 괴로울 때 눈물 속에서 불러 보는 가장 따뜻한 이름, 어머니 집은 있어도 사랑이 없어 울고 있는 이 시대의 방황하는 자식들에게 영원한 그리움으로 다시 오십시오, 어머니 아름답게 열려 있는 사랑을 하고 싶지만 번번히 실패했던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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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산에도 버들강아지 피었습니다산 2014. 2. 16. 20:34
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 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오늘 용봉산에 다녀왔습니다 용봉폭포에 얼었던 얼음이 가시고, 물이 흐르기 시작했더군요 그리고 버들강아지가 피었습니다 봄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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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을 보내며!음식 2014. 2. 16. 11:34
대보름달을 보며 - 강세화 - 지난해 찾아왔다 말없이 떠나버린 대보름 둥근 달이 올해도 높이 떴네 그 모습 변함없음에 님 본듯이 반갑네 대보름 달이 밝게 뜹니다 아파트 창문을 열고 소망을 빌어 봅니다 인근 아파트와 공원이 어둠에 잠깁니다 달빛 아래 평화롭움이 가득합니다 오가피를 봄에 채취하여 소금에 점장하고, 소금기를 제거, 삶아서 조리하여 만든 오가피나물입니다 건조시켜서 보관하는 것보다 색갈이 곱고, 좋습니다 무우청을 가을에 염장하여 보관하였다가, 염기를 제거하고, 삶아서 볶은 나물! 가을에 담가 둔 호박김치! 깻잎장아찌! 새벽에 남덕유로 출발하기 전에 촬영한 보름달! 건강하고, 일이 있고, 술 친구들이 떠나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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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덕유산에 다녀왔습니다산 2014. 2. 16. 11:07
봄이 오는 길목에서 설산이 그리워서, 설악으로 가려했으나 폭설로 접었습니다 지인들과 남덕유로 향하기로 결의! 홍성에서 새벽 4:30 에 출발합니다 영각사에서 정상 - 서봉- 연수원으로 코스를 잡았습니다 입구에 있는 부도밭 힌 눈으로 가득한 산, 가슴이 뜀니다 계곡은 물이 가득합니다' 봄이 왔네요, 이 겨울은 잠시 일듯 합니다 남덕유의 명물, 계단? ㅋㅋㅋ 시작입니다 머리 지리산도 희미하게 조망됩니다 힌눈으로 데코레이션된 암릉!! 힌 꽃이 가득한 철죽밭 멋진 계단길! 멀리 정상도 보입니다 추워보이는데,,,, 지나온 능선 삿갓봉, 무룡산, 백암봉, 중봉, 향적으로 펼쳐지는 덕유능선이 보입니다 점심 먹고 가야할 서봉! 오늘은 남덕유에 오신 산님들께서 덕을 많이 쌓으셨는지 바람도 안불고, 화창합니다 장엄한 산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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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山에 와서 -나 태주 시인 -산 2014. 2. 15. 20:48
다시 山에 와서 - 나태주 시인 - 세상에 그 흔한 눈물 세상에 그 많은 이별들을 내 모두 졸업하게 되는 날 산으로 다시 와 정정한 소나무 아래 터를 잡고 둥그런 무덤으로 누워 억새풀이나 기르며 솔바람 소리나 들으며 앉아 있으리. 멧새며 소쩍새 같은 것들이 와서 울어주는 곳, 그들의 애인들꺼정 데불고 와서 지저귀는 햇볕이 천년을 느을 고르게 비추는 곳쯤에 와서 밤마다 내리는 이슬과 서리를 마다하지 않으리. 내 이승에서 빚진 마음들을 모두 갚게 되는 날. 너를 사랑하는 마음까지 백발로 졸업하게 되는 날 갈꽃 핀 등성이 너머 네가 웃으며 내게 온다 해도 하나도 마음 설레일 것 없고 하나도 네게 들려줄 얘기 이제 내게 없으니 너를 안다고도 또 모른다고도 숫제 말하지 않으리. 그 세상에 흔한 이별이며 눈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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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경-도종환 -, 산 동안거에 들다-송문헌-산 2014. 2. 15. 03:20
산경 / 도종환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 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내려갔다 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 산 동안거에 들다 / 송문헌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낙엽자리인가 바스락 우두둑 골절된 가랑잎들 고요의 뼈를 들추는 경계를 지운 산 나를 불러들이고 허둥지둥 지나온 길 돌아가는 길 또한 오리무중, 누가 누구의 길을 동행하고 누가 누구의 삶을 대신할 수 있는가 네가 내게 마음이 없으면 오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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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쓴다 -류근-삶 2014. 2. 14. 20:55
편지를 쓴다 / 류근 내가 사는 별에는 이제 비가 내리지 않는다 우주의 어느 캄캄한 사막을 건너가고 있는 거다 나는 때로 모가지가 길어진 미루나무 해 질 무렵 잔등 위에 올라앉아 어느 먼 비내리는 별에게 편지를 쓴다 그 별에는 이제 어떤 그리움이 남았느냐고, 우산을 쓰고 가는 소년의 옷자락에 어떤 빛깔의 꽃물이 배어 있느냐고, 우편 배달부는 날마다 내가 사는 별 끝에서 끝으로 지나가지만 나는 한 번도 그를 만나지 못하였다 나는 늘 이별의 한가운데 살고 있으므로 날마다 우주의 사막을 가로질러가는 시간의 빛살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거다 그래도 나는 다시 편지를 쓴다 비가 내리는 별이여 우주의 어느 기슭을 떠돌더라도 부디 내가 사는 별의 사소한 그리움 한 방울에 답신해다오 나는 저녁놀 비낀 미루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