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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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밤삶 2023. 9. 20. 21:44
거리에 가을비를 세워두고 / 류시화 시월은 안사돈들이 나란히 나와서 혼례의 촛불을 밝히는 달, 우리나라의 단풍은 이 한 달을 북에서 남으로 걸어서 내려오느니 휴일에는 한줄금 비를 데리고 빗속에 우산을 들고 플라타너스 잎 지는 거리에 나서면 우중충한 소문들도 잠시 귓전에서 멀어진다 우산 하나로 헛되고 욕된 세상을 비껴갈 수야 없지만 새벽마다 길섶 찬 이슬로 더욱 맑아지던 풀벌레의 울음소리 이 차가운 빗속에 한꺼번에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리 거리에 가을비를 세워두고 찻집에 들러 혼자라도 좋으니 잘 끓인 커피 한잔을 천천히 맛보며 월명 시인의 제망매가 몇 구절을 떠올리고 싶느니. 가을비를 그대에게 / 정연화 그대가 사는 그곳에도 비가 내리나요? 내리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가을비에 젖고있어요 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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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침 / 도종환삶 2023. 7. 20. 07:41
다시 아침 / 도종환 내게서 나간 소리가 나도 모르게 커진 날은 돌아와 빗자루로 방을 쓴다 떨어져 나가고 흩어진 것들을 천천히 쓰레받기에 담는다 요란한 행사장에서 명함을 잔뜩 받아온 날은 설거지를 하고 쌀을 씻어 밥을 안친다 찬물에 차르를 차르를 씻겨나가는 뽀얀 소리를 듣는다 앞차를 쫓아가듯 하루를 보내고 온 날은 초록에 물을 준다 꽃잎이 자라는 속도를 한참씩 바라본다 다투고 대립하고 각을 세웠던 날은 건조대에 널린 빨래와 양말을 갠다 수건과 내복을 판판하게 접으며 음악을 듣는다 가느다란 선율이 링거액처럼 몸 속으로 방울방울 떨어져 내리는 걸 느끼며 눈을 감는다 인생은 자전거와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페달로 뒷바퀴를 돌리는 것은 나 자신이지만, 핸들로 앞바퀴의 방향을 정하고,,,, 앞으로 가는 것은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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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삶 2023. 6. 25. 07:26
풀잎 스친 바람에도 행복하라/ 이채 정직하면 손해 보고 착하면 무시당하는 것이 세상인심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정직하라 뿌린다고 다 열매가 아니듯 열심히 산다고 반드시 잘 사는 것도 아닐 테니 이 또한 세상살이가 아니던가 그럼에도 감사하라 사랑은 흔해도 진실은 드물고 사람은 많아도 가슴이 없을 때 산다는 건 얼마나 고독한 일인가 그럼에도 사랑하라 살아온 날은 고단하고 살아갈 날은 아득해도 사람아, 그럼에도 사람아 풀잎 스친 바람에도 행복하라 40년 전에는 조금은 작아 보였던 나무 입니다 모르고 지났던 행복이 생각납니다 내가 행복할 때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할 때,,,, 더욱 행복하답니다 길 위에서 느끼는 기쁨도, 추억도,,,, 삶에서 가장 큰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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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꿈을 지녀라/ 릴케삶 2023. 6. 16. 07:09
사람은 눈앞에 보이는 것만 바라보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좀 더 먼 곳을 바라보며 미래 속에 잠긴 꿈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우리는 현재보다 좀 더 아름다운 것을 바라고 좀 더 보람 있는 것을 바란다. 먼지 낀 현실에 살면서 먼지 없는 꿈을 향하여 걸어가고 있다. 만일 우리에게 맑고 고운 꿈이 없다면 무엇으로 때 묻은 이 현실을 씻어내면서 살아갈 것인가 ? 아름다운 꿈을 지녀라. 그리하면 때 묻은 오늘의 현실이 순화되고 정화될 수 있다. 먼 꿈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그 마음에 끼는 때를 씻어 나가는 것이 곧 생활이다. 아니, 그것이 생활의 고난을 이기고 나아가는 힘이다. 이것이야말로 나의 싸움이며 기쁨이다. --- 아름다운 꿈을 지녀라/ 릴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