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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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쓴다 / 천양희산 2024. 5. 6. 21:43
너에게 쓴다 / 천양희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너에게 쓴 마음이벌써 길이 되었다.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꽃진 자리에 잎피었다 너에게 쓰고잎진 자리에 새가 앉았다 너에게 쓴다.너에게 쓴 마음이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마침내는 내 생生 풍화되었다. 그러니 아들아,누군가 네게 세상에서 중요한 것들의 목록이 바뀌었다고 하거든 그 말을 믿지 마라.그들이 출세나 성공에 대해 말해도 귀담아 듣지 마라.이 세상에 너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네가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네 인생은 성공한 것이란다.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마음을 함께 나누는 일이 가장 중요하단다.오소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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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나태주삶 2023. 6. 9. 07:59
아침에 일어나 /나태주 세상에 평가가 어떻든 바깥세상의 결정이 어떻든 스스로 혼자서 안으로 행복하고 자기 할 일을 하겠다는 너의 결정 참으로 대담하고 훌륭해 바로 그거야 네가 드디어 찾아낸 너의 삶의 방법을 나는 전적으로 찬성하고 지지해 끝까지 응원할 거야 수정처럼 맑고도 아름다운 너의 영혼이 혼자서 외롭지만 당당하게 멀리까지 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 그리하여 끝내 네가 바라는 성공을 만나는 순간을 보고 싶어 너는 참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야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이야 내가 너를 사랑하기를 잘했구나 싶어 네가 오늘도 아름답고 씩씩하게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해 참으로 믿음직하고 고마워 너는 나의 사랑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거야 사람들뿐만 아니라 하늘도 땅도 너를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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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밤에도 불을 끄지 않는다 / 윤수천삶 2020. 6. 1. 03:55
꽃은 밤에도 불을 끄지 않는다 / 윤수천 한 목숨 다 바쳐도 좋을 사랑 있다면 조금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두려워하지도 말고 깊이 생각하지도 말아야 한다 시간은 항상 짧은 것 더 이상 서성거릴 시간이 없다 사랑의 열차를 놓치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놓친 열차는 절대로 아름답지 않다 적극적인 사랑 오, 적극적인 사랑 사랑 사랑 지옥에 떨어져도 후회하지 않을 사랑 있다면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두려워하지도 말고 깊이 생각하지도 말아야 한다 시간은 항상 짧은 것 더 이상 서성거릴 시간이 없다 아내 / 윤수천 아내는 거울 앞에 앉을 때마다 억울하다며 나를 돌아다본다 아무개 집안에 시집 와서 늘은 거라고는 밭고랑 같은 주름살과 하얀 머리카락뿐이라고 한다 아내의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 모두가 올바르다 나는 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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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서귀포1 / 노향림삶 2020. 5. 14. 08:06
그리운 서귀포1 / 노향림 나는 가난했어요 낡은 지도 한 장 들고 서귀포로 갑니다 맑은 갯벌엔 눈감은 게 껍질들이 붙어 있어요 가는귀 먹은 게들이 남아서 부스럭거립니다 햇빛과 목마름으로 여기까지 버티어온 나는 바다를 앞에 놓고도 건너갈 수가 없어요. 아내의 나라가 보이는 곳까지 가까스로 닿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에 가까스로 닿습니다. 나의 처소는 이끼 낀 흙 담벽이 둘러쳐져 있어요 그리고 한 평 반의 바람 드는 방엔 닿을 수 없는 아내의 바다가 수심에 잠겨 출렁거려요. 그리운 쪽빛 바다 서귀포 십여일의 격리 생활을 정리합니다 매달려 있던 링겔도 빼고,,, 덥수룩한 수염도 밀고, 간만에 화장품도 바르고,,, 집에 가면 뜨거운 물에 씻고, 바닷가에 가고 싶습니다 차가움이 밀려들어오는 바닷바람이 부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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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 이서화삶 2018. 6. 10. 20:41
비로소 / 이서화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글귀를 읽을 때마다 반드시 도달해야 할 그 어떤 곳이 있을 것 같다 그 비로소는 어떤 곳이며 어느 정도의 거리인가 비로소까지 도달하려면 어떤 일과 현상, 말미암을 지나고 또 오랜 기다림 끝에 도착할 것인가 팽팽하게 당겨졌던 고무줄이 저의 한계를 놓아 버린 그곳 싱거운 개울이 기어이 만나고 만 짠물의 그 어리둥절한 곳일까 비로소는 지도도 없고 물어 물어 갈 수도 없는 그런 방향 같은 곳일까 우리는 흘러가는 중이어서 알고 보면 모두 비로소, 그곳 비로소에 이미 와 있거나 무심히 지나쳤던 봄꽃, 그 봄꽃이 자라 한 알의 사과 속 벌레가 되고 풀숲에 버린 한 알의 사과는 아니었을까 비로소 사람을 거치거나 사람을 잃거나 했던 그 비로소를 만날 때마다 들었던 아득함의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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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글어 가는 봄 !농부이야기 2016. 5. 21. 01:22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갈 꽃봉오리인 것을! (해당화) (감자꽃) (대파꽃) (찔레꽃) (살구) (보리) (양귀비꽃) 텃밭을 한바퀴 돌면서,,,, 마음 놓고 보는 꽃은 보는 꽃은 새로운 여유로운 마음이 생기게 합니다 못하던 일도, 마음놓지 못하던 일도, 다 놓아지게 합니다 다시, 길을 떠나는 봄이 영글어 가는 아쉬움도 잊습니다 풍경처럼 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