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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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시삶 2013. 12. 31. 00:00
1월- 이외수 이제는 뒤돌아 보지 않겠다 한밤중에 바람은 날개를 푸득거리며 몸부림치고 절망의 수풀들 무성하게 자라오르는 망명지 아무리 아픈 진실도 아직은 꽃이 되지 않는다 내가 기다리는 해빙기는 어디쯤에 있을까 얼음 밑으로 소리 죽여 흐르는 불면의 강물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할수록 시간은 날카로운 파편으로 추억을 살해한다 모래바람 서걱거리는 황무지 얼마나 더 걸어야 내가 심은 감성의 낱말들 해맑은 풀꽃으로 피어날까 오랜 폭설 끝에 하늘은 이마를 드러내고 나무들 결빙된 햇빛의 미립자를 털어내며 일어선다 백색의 풍경 속으로 날아 가는 새 한 마리 눈부시다[ 출처] 1월의 시-정성수- 친구여 최초의 새해가 왔다 이제 날 저무는 주점에 앉아 쓸쓸한 추억을 슬퍼하지 말자 잊을 수 없으므로 잊기로 하자 이미 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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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산 운해-이외수 그리움 -산 2013. 12. 15. 19:09
폭설이 내린 용봉산은 한폭의 동양화가 되었다 아침 식탁에서 늘 바라보는 산이지만 더욱 아름답기만 하다 이른 새벽, 아무도 밟지않은 길을 올라서 일출을 본다 발아래 가득한 운해는 내가 지금 지리산 제석봉에 있지는 않는지 하는 착가을 준다 아름다운 나의 고향 홍성이 좋다 이 행복한 마음을 안고, 저 운해 아레 세상에 돌아가 활착 웃으며 살으리라 그리고 길을 걸어 보리라! 그리움-이외수- 거짓말처럼 나는 혼자였다 아무도 만날 사람이 없었다 보고싶은 사람도 없었다 그냥 막연하게 사람만 그리웠다 사람들 속에서 걷고 이야기하고 작별하고 살고 싶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결코 나와 뒤섞여지지 않았다 그것을 잘 알면서도 나는 왜 자꾸만 사람이 그립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일까 그 즈음에는 밤마다 자주 심한 바람이 불었다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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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으로 부터의 은퇴-이외수-산 2013. 12. 14. 17:23
세속으로 부터의 은퇴/이외수 잘있거라 어두워 지는 세속 빌어먹을 순수여 썩어 문드러진 사랑이여 과거에서 멎어버린 광장의 시계탑 찢이져 펄럭거리는 이념이여 플라스틱 꽃이여 텅빈 머리속에 마른 모래판 서걱 거리는 젊음 위선의 빵 덩어리에 버터처럼 번들거리는 지성이여 벙어리 목탁이여 타락한 십자가여 이제 한해는 저물고 나는 쓸쓸히 원고지 속으로 들어간다 오늘 새벽에 산에 올랐습니다 혼자, 구름아래 세상을 바랍보았지요 삶은 바쁘지만, 시간은 그대로인데,,, 어느 때보다도 따스한 손을 꼭 잡고 싶은 시절입니다 응시해보아도 한치도 모르는 것이 우리네 일? 폭설 속에 새벽빛이 더욱 영록하다 애환이 많아서 더욱 애절한 2013년!! 별빛에 묻치거라 아프게 올지라도 2014년을 기다려 보자 그리고 기억해서 사랑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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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을 걸으며산 2013. 11. 15. 09:30
11월의 시(이외수) 세상은 저물어 길을 지운다 나무들 한 겹씩 마음을 비우고 초연히 겨울을 떠나는 모습 독약같은 사랑도 문을 닫는다 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늘 바람도 어디로 가자고 내 등을 떠미는가 상처깊은 눈물도 은혜로운데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이름들 서쪽 하늘에 걸려 젖은 별빛으로 흔들리는 11월 입동을 지나 추워진 날씨가 겨울을 재촉한다 김장 준비가 되는 것도 가을이 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인디언이 만든 달력에 11월은 아직은 여유 있는 달이란다 조그만 여유를 가지고, 촘촘하게 걸어보자 12월이 되어서 허둥대는 일이 없도록? 언제나 가을은 바쁘다 삶의 가을도 바쁘다 하지만 천천이 산길을 걸어 보자 여유로움을 스스로 느껴보자 천천히,,,, 뛰지 말고,,,, 뛰지 안해도 차는 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