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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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 나 있음이 / 김명숙삶 2022. 4. 5. 08:33
그 안에 나 있음이 / 김명숙 이른 아침 새들의 청아한 노랫소리에 마음은 맑아지고 풀잎 끝에 매달린 이슬방울의 투명함 매료되어 넋을 잃고 바라보다 살짝 손끝으로 느껴보는 촉촉함 싱그러운 공기가 더없이 좋음 속에 나, 있음이 좋습니다 잔잔한 풍경 속을 차창을 열고 달리다보면 코끝에 전해지는 향긋한 꽃 내음 지천에 핀 찔레꽃 고운 향기에 기분은 상쾌해지고 둔탁한 농기계소리까지 흥겹게 들리는 넉넉하고 여유로운 전원 속에 나, 있음이 좋습니다. 지나는 사람들에게 관심조차 없는 듯 고개를 숙인 체 부지런히 일을 하는 사람들. 구부정한 허리에 손을 얹고 가끔 허리를 펴기도 하는 주름지고 거무스레한 얼굴 위에 해맑은 웃음이 좋은 소박하고 정겨운 사람들 속에 나, 있음이 좋습니다. 봄이면 연둣빛 새싹이 돋아 신록이 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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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길 / 정호승삶 2022. 2. 12. 20:12
봄길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https://youtu.be/8G9ILXSfVi4 (안치환: 봄길 ) 몇 일 후면 정월 대보름이고, 우수도 다가옵니다 소망이 가득한 봄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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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밤에도 불을 끄지 않는다 / 윤수천산 2021. 10. 4. 04:41
꽃은 밤에도 불을 끄지 않는다 / 윤수천 한 목숨 다 바쳐도 좋을 사랑 있다면 조금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두려워하지도 말고 깊이 생각하지도 말아야 한다 시간은 항상 짧은 것 더 이상 서성거릴 시간이 없다 사랑의 열차를 놓치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놓친 열차는 절대로 아름답지 않다 적극적인 사랑 오, 적극적인 사랑 사랑 사랑 지옥에 떨어져도 후회하지 않을 사랑 있다면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두려워하지도 말고 깊이 생각하지도 말아야 한다 시간은 항상 짧은 것 더 이상 서성거릴 시간이 없다 (야생 녹차꽃, 월출산에서) 아주 오랫만에 새벽 산행을 가려고 밤을 설쳤습니다 복잡한 마음을 치유하기엔 산이 명약인 것을,,,, 주변을 바꾸려 하지 말고, 자신을 바꾸라는 말을 새겨보렵니다 내 삶도 내가 사는 것이지,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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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가을에 서서 / 이해인삶 2021. 9. 22. 22:10
내 나이 가을에 서서 / 이해인 젊었을 적 내 향기가 너무 짙어서 남의 향기를 맡을 줄 몰랐습니다 내 밥그릇이 가득차서 남의 밥그릇이 빈 줄을 몰랐습니다 사랑을 받기만 하고 사랑에 갈한 마음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세월이 지나 퇴색의 계절 반짝 반짝 윤이나고 풍성했던 나의 가진 것들이 바래고 향기마저 옅어지면서 은은히 풍겨오는 다른 이의 향기를 맡게 되었습니다 고픈 이들의 빈 소리도 들려옵니다 목마른 이의 갈라지고 터진 마음도 보입니다 이제서야 보이는 이제서야 들리는 내 삶의 늦은 깨달음 이제는 은은한 국화꽃 향기 같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내 밥그릇 보다 빈 밥그릇을 먼저 채 우겠습니다 받은 사랑 잘 키워서 풍성히 나눠 드리겠습니다 내 나이 가을에 겸손의 언어로 채우겠습니다 오늘은 고향집 앞 논으로 여행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