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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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눈발이라면 / 안도현삶 2023. 12. 17. 16:50
우리가 눈발이라면 /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 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 살이 되자. 시간 참 빠릅니다 미안하다고,,,, 사랑하다고 ,,,, 감사하다고,,, 아직 말하지 못했는데, 연말로 달려 갑니다 내가 가진 것만 소중히 생각했던 사람, 나 좀 욕심이 작아져 가면서 살아가는 내가 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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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끝나고 안 후 / 최명섭 작사,작곡 노래보컬 샤프 조선희삶 2022. 3. 6. 21:19
연극이 끝나고 난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적이 있나요 음악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세트도 이젠 다 멈춘 채 무대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배우는 무대옷을 입고 노래하며 춤추고 불빛은 배우를 따라서 바삐 돌아가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 버리고 무대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연극이 끝나고 난뒤 혼자서 무대에 남아 아무도 없는 객석을 본적이 있나요 힘찬 박수도 뜨겁던 관객의 찬사도 이젠 다 사라져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있죠...침묵만이 흐르고 있죠... 관객은 열띤 연기를 보고 때론 울고 웃으며 자신이 주인공이 된듯 착각도 하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버리고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있죠...고독만이 흐르고있죠... 연극이 끝나고 안 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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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 / 김남조삶 2022. 1. 30. 21:08
겨울 바다/ 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海風)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버리고 허무(虛無)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 시집 『겨울바다』(상아출판사, 1967) 모두가 떠난 후, 저녁바다에 남았습니다 세상속에 홀로인듯한 느낌은 공허함도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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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지 노을에 서서삶 2021. 2. 23. 19:56
어느 날 / 선미숙 생각 없이 달력을 보다가 아득하니 마음이 떨어질 때 무엇을 하며 여기까지 왔을까 기억에 모두 담아두지 못한 날들을 더듬어 보며 다시 한 번 큰 숫자를 꼽아보고 아직도 설익어 텁텁한 부끄러운 내 삶의 열매를 봅니다. 살아가는 일 보다 살아있음으로 충분히 세상에 고마운 웃음 나눠야 하는데 그 쉬운 즐거움을 아낀 좁은 마음이 얼마나 못난 것인가 이제야 알았습니다. 비바람도, 눈보라도 그대로 소중한 것을! 한파가 밀려오면 노을 곱다 간만에 추워서 동태되는 즐거움을 만끽했던 날,,,! 물이 밀려와 차오르고,,, 노을은 지고,,,, 걷고 있는 모든 삶의 길이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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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 류시화삶 2020. 1. 23. 07:20
이마에 난 흉터를 묻자 넌 지붕에 올라갔다가 별에 부딪친 상처라고 했다 어떤 날은 내가 사다리를 타고 그 별로 올라가곤 했다 내가 시인의 사고방식으로 사랑을 한다고 넌 불평을 했다 희망 없는 날을 견디기 위해서라고 난 다만 말하고 싶었다 어떤 날은 그리움이 너무 커서 신문처럼 접을 수도 없었다 누가 그걸 옛 수첩에다 적어 놓은 걸까 그 지붕 위의 별들처럼 어떤 것이 그리울수록 그리운 만큼 거리를 갖고 그냥 바라봐야 한다는 걸 - 류시화, 「첫사랑」- 오늘처럼 꾸리꾸리한 저녁에는, 혹시 소주 한 병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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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돌아보는 길 위에서 / 이해인삶 2018. 12. 13. 21:26
한해를 돌아보는 길 위에서 / 이해인 마지막 잎새 한 장 달려 있는 창 밖의 겨울 나무를 바라보듯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 달력을 바라보는 제 마음엔 초조하고 불안한 그림자가 덮쳐옵니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은 뿌리를 내렸나요? 감사를 잊고 살진 않았나요? 한해를 돌아보는 길 위에서 저녁놀을 바라보는 겸허함으로 오늘을 더 깊이 눈감게 해주십시오 더 밝게 눈 뜨기 위해 지난 일요일 찿았던 꽃지의 일몰입니다 『 머무는 자는 집을 만들고, 떠나는 자는 길을 만든다 』 는 말을 되뇌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