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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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삶 2015. 7. 1. 21:15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려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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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을 시작합니다삶 2015. 7. 1. 08:57
7월 / 이외수 그대는 오늘도 부재중인가 정오의 햇빛 속에서 공허한 전화벨 소리처럼 매미들이 울고 있다 나는 세상을 등지고 원고지 속으로 망명한다 텅 빈 백색의 거리 모든 문들이 닫혀 있다 인생이 깊어지면 어쩔 수 없이 그리움도 깊어진다 나는 인간이라는 단어를 방마다 입주시키고 빈혈을 앓으며 쓰러진다 끊임없이 목이 마르다 7월 / 목필균 한 해의 허리가 접힌 채 돌아 선 반환점에 무리지어 핀 개망초 한 해의 궤도를 순환하는 레일에 깔린 절반의 날들 시간의 음소까지 조각난 눈물 장대비로 내린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폭염 속으로 무성하게 피어난 잎새도 기울면 중년의 머리카락처럼 단풍 들겠지 무성한 잎새로도 견딜 수 없는 햇살 굵게 접힌 마음 한 자락 폭우 속으로 쓸려간다 사랑은 큰일이 아닐 겁니다 / 박철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