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경-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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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 칼국수를 먹으며,,,, 정호승음식 2014. 10. 4. 23:14
바지락 칼국수를 먹으며,,,, 정호승 바지락칼국수 국물 위로 떠오른 조갯살을 날렵하게 집어먹는다고 해서 내가 붉은어깨도요새가 될 수 있겠는가 바지락 조개껍질에 아직 남아 있는 갯벌의 잔모래를 씹어먹었다고 해서 잔모래에 아직 남아 있는 파도소리에 고요히 귀기울였다고 해서 내가 가슴붉은도요새의 가슴이 될 수 있겠는가 내가 먼저 썰물이 되지 않고서는 내가 먼저 새들이 자유롭게 발자국을 찍어대는 맛있는 갯벌이 되지 않고서는 어떻게 머루처럼 까만 민물도요새의 눈동자에 걸린 수평선이 될 수 있겠는가 이제 돌아가실 날만 남은 틀니뿐인 늙은 아버지와 자장면보다 맛있는 바지락칼국수를 먹으며 식탁 위에 젓가락으로 수북이 조개껍질을 쌓아놓았다고 해서 어떻게 내가 거룩한 패총이 될 수 있겠는가 오늘은 원지에서 학교를 다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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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관한 명상 수첩 / 이외수삶 2014. 8. 18. 23:35
비에 관한 명상 수첩 / 이외수 비는 소리부터 내린다. 흐린 세월 속으로 시간이 매몰된다. 매몰되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나지막히 울고 있다. 잠결에도 들린다. 비가 내리면 불면증이 재발한다. 오래도록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었던 이름 일수록 종국에는 더욱 선명한 상처로 남게 된다. 비는 서랍 속의 해묵은 일기장을 적신다. 지나간 시간들을 적신다. 지나간 시간들은 아무리 간절한 그리움으로 되돌아 보아도 소급되지 않는다. 시간의 맹점이다. 일체의 교신이 두절되고 재회는 무산된다. 나는 일기장을 태운다. 그러나 일기장을 태워도 그리움까지 소각되지는 않는다. 비는 뼈 속을 적신다. 뼈저린 그리움 때문에 죽어간 영혼들은 새가 된다. 비가 내리는 날은 새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날 새들은 어디에서 날개를 접고 뼈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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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맞이하세요!산 2014. 5. 26. 08:00
살아간다는 것은 / 이외수 울고 있느냐.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해서 우는 너의 모습을 숨길 수 있을것 같더냐. 온몸으로 아프다며 울고 앉아 두팔로 온몸을 끌어 안았다해서 그 슬픔이 새어 나오지 못할것 같더냐. 스스로 뱉어놓고도 미안스러워 소리내어 울지도 못할 것을 왜 그리 쉽게 손 놓아 버렸느냐. 아픈 가슴 두손으로 쥐어 잡았다해서 그 가슴안에서 몸부림치는 통증이 꺼져가는 불꽃마냥 사그러지더냐. 너의 눈에 각인시키고 그리던 사람 너의 등뒤로 보내버렸다해서 그사람이 너에게 보이지 않더냐. 정녕 네가 이별을 원하였다면 그리 울며 살지 말아야 하거늘. 왜 가슴을 비우지 못하고 빗장 채워진 가슴에 덧문까지 닫으려 하느냐. 잊으라 하면 잊지도 못할 것을... 까닭없이 고집을 부려 스스로를 벌하고 사느냐. 그냥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