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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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이율배반 / 이정하삶 2023. 12. 25. 14:12
사랑의 이율배반 / 이정하 그대여 손을 흔들지 마라.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떠나는 사람은 아무 때나 다시 돌아오면 그만이겠지만 남아 있는 사람은 무언가 무작정 기다려야만 하는가. 기약도 없이 떠나려면 손을 흔들지 마라. 사는 곳에 계속 폭설이 내렸습니다 오늘은 푹한 날씨에 길도 좀 녹아내립니다 푸른 색감이 그립습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몇 년만에 맞이합니다 전쟁,질병, 가난, 기아 등 등으로 고통받는 이웃이 없기를 소망합니다 재벌들도 소천하시면 한 줌의 재가 되어 가는 것을 봅니다 생명이 살아있는 동안에 ,,, 영화 레미제라불의 명대사를 되뇌어 봅니다 인생은 소유가 아니라 나누어 주는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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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暴雪) / 오탁번산 2022. 12. 23. 22:10
폭설(暴雪) / 오탁번 삼동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 내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워메, 지랄나부렀소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 온 천지가 흰눈으로 뒤덮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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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 류근삶 2022. 12. 23. 06:15
폭설 / 류근 그대 떠난 길 지워지라고 눈이 내린다 그대 돌아올 길 아주 지워져버리라고 온밤 내 욕설처럼 눈이 내린다 온 길도 간 길도 없이 깊은 눈발 속으로 지워진 사람 떠돌다 온 발자국마다 하얗게 피가 맺혀서 이제는 기억조차 먼 빛으로 발이 묶인다 내게로 오는 모든 길이 문을 닫는다 귀를 막으면 종소리 같은 결별의 예감 한 잎 살아서 바라보지 못한 푸른 눈시울 살아서 지은 무덤 위에 내 이름 위에 아니 아니, 아프게 눈이 내린다 참았던 뉘우침처럼 눈이 내린다 그대 떠난 길 지워지라고 눈이 내린다 그대 돌아올 길 아주 지워져버리라고 사나흘 눈 감고 젖은 눈이 내린다 몇 일째 코로나19에 감염되어 고열에 고생 중 입니다 조금은 나아진 느낌입니다 최강 한파가 찿아온 아침에, 가족들에게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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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설 가득한 선자령산 2020. 2. 28. 22:08
춘설/英雲이서윤 바람타고 내려오는 눈송이 첫눈 내리는 날 만나자고 약속했던 그, 머리칼 위로 하염없이 떨어지던 눈송이 눈송이들.. . 야속한 시간이 하나 둘 비껴갈때 꽃잎 날리는 담 밑 서성이다 붉은 꽃나무 우거진 그늘로 들어가 흐르는 시간을 통한할뿐. 서러움과 아픔의 결정체가 봄 바람타고 흩날리던 지난 봄 그대와 손잡고 거닐었던 중앙로 벚꽃 길 가슴에 뜨거운 낙인 찍으며 아무도 모르게 넣어준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주머니 삶의 밑바닥 그 끝에서 끔찍하게 무겁고 끔찍하게 힘들고 끔찍하게 뜨거운 그 뭉쳐졌던 것들이 터지는 날 내 몸에서 하얀 별이 쏟아진다 새벽을 달려 마주한 호젓한 산 길, 허리까지 내린 춘설이 감격스러웠다 세파에 물든 머리와 욕망에 벌떡이는 가슴을 쓰다듬어 주었다 순간, 세상이 아름다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