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양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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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산 병풍바위에서 놀다산 2021. 8. 8. 23:53
그늘에 기대다 / 천양희 나무에 기대어 쉴 때 나를 굽어보며 나무는 한 뼘의 그늘을 주었다 그늘에다 나무처럼 곧은 명세를 적은 적 있다 누구나 헛되이 보낸 오늘이 없지 않겠으나 돌아보면 큰 나무도 작은 씨앗에서 시작된 것 작은 것이 아름답다던 슈마허도 세계를 흐느끼다 갔을 것이다 오늘의 내 궁리는 나무를 통해 어떻게 산을 이해할까, 이다 나에게는 하루에도 사계절이 있어 흐리면 속썩은풀을 씹고 골짜기마다 메아리를 옮긴다 내 마음은 벼랑인데 푸른 것은 오직 저 생명의 나무뿐 서로 겹쳐 있고 서로 스며 있구나 아무래도 나는 산길을 통해 그늘을 써야겠다 수풀떠들썩팔랑나비들이 떠들썩하기 전에 나무들 속이 어두워지기 전에 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다 / 천 양 희 마음 끝이 벼랑이거나 새로울 것 없는 하루가 지루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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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봉 / 천양희산 2020. 6. 22. 12:57
최고봉 / 천양희 높은 산에 오를 준비를 할 때마다 장비를 챙기면서 운다고 고백한 산사람이 있었다 14번이나 최고봉에 오른 그가 무서워서 운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산 때문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무서운 비밀을 안 것처럼 나도 무서웠다 산 오를 생각만 하면 너무 무서워서 싼 짐을 풀지만 금방 울면서 다시 짐을 싼다고 한다 언젠가 우리도 울면서 짐을 싼 적이 있다 그에게 산이란 가야 할 곳이므로 울면서도 떠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무서워 울면서도 가야할 길이 있는 것이다 능선에 서서 산봉우리 오래 올려다보았다 그곳이 너무 멀었다 혼자라는 생각은 누군가를 생각하고, 외롭다는 뜻일 것이다 산행은 잠시 이를 잊게 해준다 여기가 끝이겠지 오르면 또 산이 있어서 나의 정신을 무너트리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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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사 청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산 2020. 5. 3. 21:17
오르는 입구에 세심동(洗心洞)이란 글귀가 새겨져 있다. 마음을 씻으며 개심사로 올라가는 길은 돌계단으로 이뤄진 산길이다. 조금 숨이 차지만 아름다운 숲길을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개심사의 창건은 백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지금의 개심사로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조선시대다. 안양루에 걸린 상왕산 개심사라는 현판은 근대 명필가 해강 김규진의 글씨로 알려져 있다. 개심사는 대한 불교조계종 제7교구 본사인 수덕사의 말사다. 기록에 따르면, 651년 혜감국사가 창건하고 개원사라 부른 것을 1350년 처능대사가 중창하면서 개심사로 고쳤다. 그 후 1475년 중창, 1955년 전면 보수했다. 보물제 143호로 지정된 대웅전과 충남문화재자료 제 194호인 명부전 및 심검당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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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수수밭 / 천양희삶 2020. 3. 11. 08:25
마음의 수수밭 / 천양희 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머위잎 몇장 더 얹어 뒤란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 것이 여기 또 있다. 개밥바라기 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들여다본다 세상을 내려놓고는 길 한쪽도 볼 수 없다 논둑길 너머 길 끝에는 보리밭이 있고 보릿고개를 넘은 세월이 있다 바람은 자꾸 등짝을 때리고, 절골의 그림자는 암처럼 깊다. 나는 몇번 머리를 흔들고 산 속의 산, 산 위의 산을 본다. 산은 올려다보아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저기 저 하늘의 자리는 싱싱하게 푸르다. 푸른 것들이 어깨를 툭 친다. 올라가라고 그래야 한다고. 나를 부추기는 솔바람 속에서 내 막막함도 올라간다. 번쩍 제정신이 든다 정신이 들 때마다 우짖는 내 속의 목탁새들 나를 깨운다. 이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들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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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삶 2020. 2. 28. 04:29
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군가에게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샤워를 하고, 누군가에게는 아품이 될 결정의 글을 작성하고 이른 새벽에 메일을 보냅니다 다시 길을 나서 봅니다,,,! 새로운 기회, 새로운 출발이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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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이른 봄,,,!삶 2020. 2. 16. 17:50
이른 봄의 시 / 천양희 눈이 내리다 멈춘 곳에 새들도 둥지를 고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웃으며 걸어오고 있다 바람은 빠르게 오솔길을 깨우고 메아리는 능선을 짧게 찢는다 한줌씩 생각은 돋아나고 계곡을 안개를 길어올린다 바윗등에 기댄 팽팽한 마음이여 몸보다 먼저 산정에 올랐구나 아직도 덜 핀 꽃망울이 있어서 사람들은 서둘러 나를 앞지른다 아무도 늦은 저녁 기억하지 않으리라 그리움은 두런 두런 일어서고 산 아랫마을 지붕이 붉다 누가, 지금 찬란한 소문을 퍼뜨린 것일까 온 동네 골목길이 수줍은 듯 까르르 웃고 있다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자신이 가진 것을 매우 즐기는 것이 행복임을 안다 오늘 강태공은 무엇을 낚으러 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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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말 / 천양희삶 2020. 2. 15. 04:06
참 좋은 말 / 천양희 내 몸에서 가장 강한 것은 혀 한 잎의 혀로 참, 좋은 말을 쓴다 미소를 한 육 백 개나 가지고 싶다는 말 네가 웃는 것으로 세상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 오늘 죽을 사람처럼 사랑하라는 말 내 마음에서 가장 강한 것은 슬픔 한줄기의 슬픔으로 참, 좋은 말의 힘이 된다 바닥이 없다면 하늘도 없다는 말 물방울 작지만 큰 그릇 채운다는 말 짧은 노래는 후렴이 없다는 말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말 한 송이의 말로 참, 좋은 말을 꽃 피운다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란 말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는 말 옛날은 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자꾸 온다는 말 삶은 참 다채롭다. 맑은 날, 온 종일 비가 내리기도 하고,,,, 오늘 새벽처럼 안개가 자욱하여 한치도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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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대에서 봄을 시작합니다산 2019. 3. 24. 16:08
0, 산행코스 : 백운탐방센터~하루재~백운대피소~백운대(북한산)~보리사~대서문~북한산탐방센터 0, 산행거리 : 6km 0, 산행시간 : 행복한 5시간 0, 산행 난이도 : 중 0, 동행 : 홍성토요산악회. 하루재에서 바라본 멋진 인수봉! 계곡에는 아직도 얼음이 가득합니다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 천 양 희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산 넘어버렸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강 건너갔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집까지 잤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그땐 그걸 위해 다른 것 다 버렸지요. 그땐 슬픈도 힘이 되었지요. 그 시간은 저 혼자 가버렸지요.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었지요. 백운산장에서 잠시 휴식! 아름다운 암릉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