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양희 시모음
-
용봉산 병풍바위에서 놀다산 2021. 8. 8. 23:53
그늘에 기대다 / 천양희 나무에 기대어 쉴 때 나를 굽어보며 나무는 한 뼘의 그늘을 주었다 그늘에다 나무처럼 곧은 명세를 적은 적 있다 누구나 헛되이 보낸 오늘이 없지 않겠으나 돌아보면 큰 나무도 작은 씨앗에서 시작된 것 작은 것이 아름답다던 슈마허도 세계를 흐느끼다 갔을 것이다 오늘의 내 궁리는 나무를 통해 어떻게 산을 이해할까, 이다 나에게는 하루에도 사계절이 있어 흐리면 속썩은풀을 씹고 골짜기마다 메아리를 옮긴다 내 마음은 벼랑인데 푸른 것은 오직 저 생명의 나무뿐 서로 겹쳐 있고 서로 스며 있구나 아무래도 나는 산길을 통해 그늘을 써야겠다 수풀떠들썩팔랑나비들이 떠들썩하기 전에 나무들 속이 어두워지기 전에 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다 / 천 양 희 마음 끝이 벼랑이거나 새로울 것 없는 하루가 지루할 때..
-
혼자 오르는 산(3)산 2015. 2. 16. 14:46
외길 / 천양희 가마우지새는 벼랑에서만 살고 동박새는 동백꽃에서만 삽니다. 유리새는 고여 있는 물은 먹지 않고 무소새는 둥지를 소유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새들은 날아오릅니다. 새들은 고소공포증도 폐쇄공포증도 없습니다. 공중이 저의 길이니 제발 그대로 놓아두시지요. 외길이 나의 길이니 제발 그대로 내버려두시지요. 백록담 ! 멋진 설경! 밥 / 천양희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서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네가 소화해야 할것이니까 교감 / 천양희 사랑때문에 절망하고 절망 때문에 사랑한다고 사람들이 말했을 때 환멸은 길고 매혹은 짧다고 사람들이 말했을 때 그 말에 우린 서로 '그래 맞아' 그렇게 말했었지요. 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