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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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과 근심 / 이향아산 2020. 4. 8. 20:37
내 사랑과 근심 / 이향아 내 근심은 그대를 바라보는 일 그대를 바라볼 때 어리는 물기 떠돌다가 심장으로 되돌아가는 붉은 피톨의 환상이다 늦은 저녁 식탁을 치우며 설겆이 그릇에 노니는 비누거품을 꿈처럼 날리고 있노라면 깊은 밤 걸어서 떠나는 여행처럼 자유여 구슬프다 평생을 두고두고 색깔을 골라도 결국은 아무것도 고르지 못한 열 손가락 불 밝히고 전생인지 이승인지 하염없는 부활의 옥타브를 올라도 한 발자욱도 오르지 못하는 내 근심은 그대를 사랑하는 작업, 그대를 반기는 갈채 깊어가는 세월 위에 쓰러진 몇 소절의 노래 몇 마디 유언이다 어제 저녁에, 용봉산을 올랐습니다 땅거미 지는 녖,,,! 암릉 진달래가 피었습니다 혼자 마시는 커피처럼 달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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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 이정하산 2016. 12. 19. 01:30
첫눈 / 이정하 아무도 없는 뒤를 자꾸만 쳐다보는 것은 혹시나 네가 거기 서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러나 너는 아무데도 없었다. 낙엽이 질 때쯤 나는 너를 잊고 있었다. 색 바랜 사진처럼 까맣게 너를 잊고 있었다. 하지만 첫눈이 내리는 지금, 소복소복 내리는 눈처럼 너의 생각이 싸아하니 떠오르는 것은 어쩐 일일까. 그토록 못 잊어 하다가 거짓말처럼 너를 잊고 있었는데 첫눈이 내린 지금, 자꾸만 휑하니 비어 오는 내 마음에 함박눈이 쌓이듯 네가 쌓이고 있었다. 지난 토요일, 무등산에서 2016년 첫 상고대를 만났다 예상도 없이 마주한 활홀경에 벅찬 감동이다 어머니 같은 산에 안기고 싶어서 갔던 산이다 나이를 먹어도 혼자 외롭다 지구라는 행성에 여행객이니까? 어디쯤 가고 있을까? 우리의 삶과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