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읽는 시
-
고요하다는 것/ 김기택산 2022. 5. 28. 11:42
고요하다는 것/ 김기택 고요하다는 것은 가득 차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이 고요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면 당신은 곧 수많은 작은 소리 세포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바람 소리 물소리 새소리 숨소리…… 바람 소리 속에 숨어 있는 갖가지 떨리는 소리 스치는 소리 물소리 속에서 녹고 섞이고 씻기는 소리 온갖 깃털과 관절들 잎과 뿌리들이 음계와 음계 사이에서 서로 몸 비비며 움직이는 소리를 보게 될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소리들이 아직도 없어지지 않고 여운이 끝난 자리에서 살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소리들이 그 희미한 소리와 소리 사이에서 새로 생겨나고 있는지 보게 될 것입니다 이 모든 소리와 움직임은 너무 촘촘해서 현미경 밖에서는 그저 한 덩이 커다란 돌처럼 보이겠지요 그러므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은..
-
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삶 2020. 2. 28. 04:29
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군가에게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샤워를 하고, 누군가에게는 아품이 될 결정의 글을 작성하고 이른 새벽에 메일을 보냅니다 다시 길을 나서 봅니다,,,! 새로운 기회, 새로운 출발이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