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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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산 최영장군 활터의 추억산 2017. 12. 2. 15:15
너에게 / 최승자 네가 왔으면 좋겠다. 나는 치명적이다. 내게 더 이상 팔 게 없다. 내 목숨밖에는. 목숨밖에 팔 게 없는 세상, 황량한 쇼윈도 같은 창 너머로 비 오고, 바람 불고, 눈 내리고, 나는 치명적이다. 내게, 또 세상에게, 더 이상 팔 게 없다. 내 영혼의 집 쇼윈도는 텅텅 비어 있다. 텅텅 비어, 박제된 내 모가지 하나만 죽은 왕의 초상처럼 걸려 있다. 네가 왔으면 좋겠다. 나는 치명적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 최승자 말하지 않아도 없는 것이 아니다 나무들 사이에 풀이 있듯 숲 사이에 오솔길이 있듯 중요한 것은 삶이었다 죽음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그 거꾸로도 참이었다는 것이다 원론과 원론 사이에서 야구방망이질 핑퐁질을 해대면서 중요한 것은 죽음도 삶도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삶 뒤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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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단풍 2(대승령-십이선년탕-남교리)산 2017. 10. 27. 20:59
계곡길을 걷습니다 낙옆이 진 계곡에도 파아란 풀이 자랍니다 주목도 인사를 나누고,,, 요기까지는 낙옆이 졌습니다 복숭아탕 위쪽입니다 단풍이 서리에 고시러졌습니다 계곡은 오색으로 물들었습니다 역광이라서,,, 개 같은 가을이 / 최승자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 온다. 매독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 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예보세요 죽선이 아니지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괴어 있는 기억의 폐수가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 만큼 왔나 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