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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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삶 2020. 7. 28. 21:19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 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사람 빈 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 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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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기다리며 / 안도현삶 2020. 7. 26. 23:09
고래를 기다리며 / 안도현 고래를 기다리며 나 장생포 바다에 있었지요 누군가 고래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했지요 설혹 돌아온다고 해도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요 나는 서러워져서 방파제 끝에 앉아 바다만 바라보았지요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치는 게 삶이라고 알면서도 기다렸지요 고래를 기다리는 동안 해변의 젖꼭지를 빠는 파도를 보았지요 숨을 한 번 내쉴 때마다 어깨를 들썩이는 그 바다가 바로 한 마리 고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요 비 내리는 제주 바닷가에서 커피 마시던 날, 참 행복했습니다 바닷바람과 파도소리가 우리를 감싸 안아주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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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삶 2020. 5. 4. 19:53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 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사람 빈 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 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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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우체국/ 안도현삶 2019. 12. 19. 20:50
바닷가 우체국/ 안도현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우체국이 있다 나는 며칠 동안 그 마을에 머물면서 옛사랑이 살던 집을 두근거리며 쳐다보듯이 오래오래 우체국을 바라보았다 키작은 측백나무 울타리에 둘러싸인 우체국은 문 앞에 붉은 우체통을 세워두고 하루 내내 흐린 눈을 비비거나 귓밥을 파기 일쑤였다 우체국이 한 마리 늙고 게으른 짐승처럼 보였으나 나는 곧 그 게으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이곳에 오기 아주 오래 전부터 우체국은 아마 두 눈이 짓무르도록 수평선을 바라보았을 것이고 그리하여 귓속에 파도 소리가 모래처럼 쌓였을 것이었다 나는 세월에 대하여 말하지만 결코 세월을 큰 소리로 탓하지는 않으리라 한번은 엽서를 부치러 우체국에 갔다가 줄지어 소풍 가는 유치원 아이들을 만난 적이 있다 내 어린 시절에 그랬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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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진객, 방어!음식 2019. 12. 15. 14:09
방어회 맛있게 먹는 방법 # 방법1. - 일반초장에 마늘다진거 두숫가락 + 간장 한숫가락 + 식초 두숫가락 - 상기 초장에 방어회를 담거 먹음 - 포인트 : 방어는 기름기가 많아 초장에 찍어 먹으면 맛이 없다고 하네요.. - 출처 : "하루유희님" # 방법2. - 간장종지에 방어회 한점을 투하한다. - 회점에 와사비를 살짝 찍어 올려준다. - 양파를 하나 올려 놓고 먹는다. - 포인트 : 양파를 곁들이면 양파의 향과 맛이 방어의 비린맛을 잡아주면서 방어회만의 쫄깃함과 고소한 맛을 극대화 한다. ( 출처 : 도싸님 블러그) 지인들과 제주에 먹방투어 다녀왔습니다 겨울에는 뭐니뭐니 도 대방어 입니다 선뜻 포즈를 잡아주신 사장님 고맙습니다 맛집 : 모슬포항 부두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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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독백 / 오광수삶 2019. 12. 6. 12:32
12월의 독백 / 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하나는 펼치면서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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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초대장 / 신달자삶 2019. 12. 5. 12:54
겨울 초대장 / 신달자 당신을 초대한다 오늘은 눈이 내릴지도 모른다 이런 겨울 아침에 나는 물을 끓인다 당신을 위해서 어둠은 이미 보이지 않는다 내 힘이 비록 약하여 거듭 절망했지만 언젠가 어둠은 거두어지게 된다 밝고 빛나는 음악이 있는 곳에 당신을 초대한다 가장 안락(安樂)한 의자와 따뜻한 차와 그리고 음악과 내가 있다 바로 당신은 다시 나이기를 바라며 어둠을 이기고 나온 나를 맨살로 품으리라 지금은 아침 눈이 내릴 것 같은 이 겨울 아침에 나는 초인종 소리를 듣는다 눈이 내린다 눈송이는 큰 벚꽃 잎처럼 춤추며 내린다 내 뜰안에 가득히 당신과 나 사이에 가득히 온누리에 가득히 나는 모든 것을 용서한다 그리고 새롭게 창을 연다 함박눈이 내리는 식탁위에 뜨거운 차를 분배하고 당신이 누른 초인종 소리에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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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편지 / 이종암삶 2019. 6. 22. 14:05
바닷가 편지 / 이종암 바닷가 벼랑에 강단지게 서 있는 해송 한 그루는 우체국이다 파도와 바람의 공동 우체국 수평선, 지평선 너머의 소식들 푸른 솔가지 위로 왔다가 가네 영원한 정주(定住)는 없다는 걸 흔들리는 여린 가지 끝에서 나는 예감하네 물 알갱이 하나 햇살 따라 바람 따라 오고 가는 것 누가 여기 이 자리에 나를, 또 너를 비끄러매려 해도 소용없는 일임을 나는 알겠네 소용없는 길 위에 서서 내가 본 만큼의 내용으로 그만큼의 빛으로 편지를 쓰네 봄날 흙 속으로 내려가 앉는 물의 걸음으로, 숨을 놓으며 쓰네 이미 시작된 미래 사회에는 준비하고 도전하는 자만이 살아 남는다 -- 피터 드러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