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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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연가-이해인산 2014. 3. 18. 22:13
제비꽃 연가 - 이해인- 나를 받아주십시오 헤프지 않은 나의 웃음 아껴둔 나의 향기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 당신이 가까이 오셔야 나는 겨우 고개를 들어 웃을 수 있고 감추어진 향기도 향기인것을 압니다. 당신이 가까이 오셔야 내 작은 가슴속엔 하늘이 출렁일 수 있고 내가 앉은 이 세상은 아름다운 집이 됩니다. 담담한 세월을 뜨겁게 안고 사는 나는 가장 작은 꽃이지만 가장 큰 기쁜을 키워 드리는 사랑꽃이 되겠습니다. 당신의 삶을 온통 봄빛으로 채우기위해 어둠밑으로 뿌리내린 나 비오는 날에도 멈추지 않는 작은 시인이 되겠습니다. 나를 받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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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바람 속에-이해인 법정스님 추도시-삶 2014. 3. 4. 18:52
3월의 바람 속에 - 이해인 수녀의 법정스님 추도시- 차갑고도 따뜻한 봄눈이 좋아 3월의 눈꽃 속에 정토로 떠나신 스님 "난 성미가 급한 편이야" 하시더니 꽃피는 것도 보지 않고 서둘러 가셨네요 마지막으로 누우실 조그만 집도 마다하시고 스님의 혼이 담긴 책들까지 절판을 하시라며 아직 보내 드릴 준비가 덜 된 우리 곁을 냉정하게 떠나가신 야속한 스님 탐욕으로 가득 찬 세상을 정화시키려 활활 타는 불길 속으로 들어가셨나요 이기심으로 가득 찬 중생들을 깨우치시고자 타고 타서 한 줌의 재가 되신 것인가요 스님의 당부처럼 스님을 못 놓아 드리는 쓰라린 그리움을 어찌할까요 많이 사랑한 이별의 슬픔이 낳아준 눈물은 갈수록 맑고 영롱한 사리가 되고 스님을 향한 사람들의 존경은 환희심 가득한 자비의 선행으로 더 넓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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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읽는 시 -이해인 수녀님 -삶 2014. 3. 2. 09:00
봄이 오는 길목에서/ 이해인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결움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 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봄이 오면 나는 /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 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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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시-이해인-삶 2014. 2. 28. 21:12
3월의 바람 속에 이 해 인 어디선지 몰래 숨어들어 온 근심, 걱정 때문에 겨우내 몸살이 심했습니다 흰 눈이 채 녹지 않은 내 마음의 산기슭에도 꽃 한송이 피워 내려고 바람은 이토록 오래 부는 것입니까 3월의 바람 속에 보이지 않게 꽃을 피우는 당신이 계시기에 아직은 시린 햇볕으로 희망을 짜는 나의 오늘.., 당신을 만나는 길엔 늘상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살아 있기에 바람이 좋고 바람이 좋아 살아 있는 세상 혼자서 길을 가다 보면 보이지 않게 나를 흔드는 당신이 계시기에 나는 먼데서도 잠들 수 없는 3월의 바람 어둠의 벼랑 끝에서도 노래로 일어서는 3월의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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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같은 사람 [이해인]산 2014. 2. 26. 22:21
봄날 같은 사람 [이해인] 겨우내 언 가슴으로 그토록 기다렸던 봄이 한창이다. 만물은 봄의 부름에 화답이라도 하듯 생기가 돌고 힘이 뻗친다. 생명이 약동하고 소생하는 계절의 할하루가 이토록 고마울까 싶다. 두꺼운 옷을 벗어 던지는 것만으로도 몸이 가벼운데 이름 모를 꽃들이 여기저기 흐트러지게 피어 있으니 마음 또한 날아갈 것만 같다. 사실 우리들 가슴을 포근히 적셔주는 것은 봄이다. '봄' 이란 말만으로도 향기가 나고 신선한 기분이 감돈다. 봄의 자연을 마음 곁에 두고 사는 이웃들에게서 배시시 흘러나오는 미소가 편안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봄날 같으면 좋겠다"는 말이 생겼나 보다. 오늘은 산에서 사람을 피했다 그리고 계곡으로 달렸다 계곡은 봄이다 나는 지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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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 드리는 노래 -이해인 -삶 2014. 2. 17. 09:00
어머니께 드리는 노래 / 이해인 수녀님 어디에 계시든지 사랑으로 흘러 우리에겐 고향의 강이 되는 푸른 어머니 제 앞길만 가리며 바삐 사는 자식들에게 더러는 잊혀지면서도 보이지 않게 함께 있는 바람처럼 끝없는 용서로 우리를 감싸 안은 어머니 당신의 고통 속에 생명을 받아 이만큼 자라 온 날들을 깊이 감사할 줄 모르는 우리의 무례함을 용서하십시오 기쁨보다는 근심이 만남보다는 이별이 더 많은 어머니의 언덕길에선 하얗게 머리 푼 억새풀처럼 흔들리는 슬픔도 모두 기도가 됩니다 삶이 고단하고 괴로울 때 눈물 속에서 불러 보는 가장 따뜻한 이름, 어머니 집은 있어도 사랑이 없어 울고 있는 이 시대의 방황하는 자식들에게 영원한 그리움으로 다시 오십시오, 어머니 아름답게 열려 있는 사랑을 하고 싶지만 번번히 실패했던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