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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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깊은 눈물 속으로/ 이외수삶 2016. 9. 19. 18:47
더 깊은 눈물 속으로/ 이외수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비로소 내 가슴에 박혀 있는 모난 돌들이 보인다 결국 슬프고 외로운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라고 흩날리는 물보라에 날개 적시며 갈매기 한 마리 지워진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파도는 목놓아 울부짖는데 시간이 거대한 시체로 백사장에 누워 있다 부끄럽다 나는 왜 하찮은 일에도 쓰라린 상처를 입고 막다른 골목에서 쓰러져 울고 있었던가 그만 잊어야겠다 지나간 날들은 비록 억울하고 비참했지만 이제 뒤돌아보지 말아야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저 거대한 바다에는 분명 내가 흘린 눈물도 몇방울 그때의 순순한 아픔 그대로 간직되어 있나니 이런 날은 견딜 수 없는 몸살로 출렁거리나니 그만 잊어야겠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우리들의 인연은 아직 다 하지 않았는데 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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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삶 2016. 6. 30. 03:06
책 읽어주는 여자/유리안나 책을 펼치자 글자들이 우루루 쏟아졌다 바닥을 뒹구는 글자들은 꽃잎처럼 낙엽처럼 흩어 졌다 쓰러진 이가 붙잡는 버팀목이 되고 싶었다는 그녀 남편은 해외 출장이 잦은 떠돌이 별이다 별을 붙잡으려다 쫒으려다가 끝내 고개 숙이는 해바라기꽃이 되었다 책을 읽는다 글자와 글자 사이에서 푸른 하늘이 흐르고 그 아래로 강물이 흐른다 고요한 새벽입니다 새벽은, 혼자라는 것을, 미치도록 그립거나, 갈망하는 삶을, 서늘한 새벽 공기에 보여주는 시간입니다 혼자 덩그러이 앉은 책상이 거울이 되었습니다 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나의 옛 이야기도 듣습니다 그리곤, 마음의 개축과 증축 공사도 해봅니다 사막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사막을 이야기 하고, 상상을 합니다 차라리 파도꽃이 핀 백사장이 아름다운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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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씨 - 서정윤삶 2016. 5. 3. 22:29
꽃에게 / 서정윤 내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그는 생명을 잃고 비틀거리고 너의 아름다움에 내가 손 내밀었을 때 너는 이미 내 손을 의식하고 내가 원할 것같은 곳으로 움직여 자신의 눈빛을 잃어버렸다. 내가 너를 가지지 않음으로 너는 내 속에 꽃으로 피어 영원히 가질 수 있다. 나를 위해 너를 보내고 나는 너를 가진다 꽃 씨/ 서정윤 눈물보다 아름다운 시를 써야지. 꿈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대 한 사람만을 위해 내 생명 하나의 유리이슬이 되어야지.은해사 솔바람 목에 두르고 내 가슴의 서쪽으로 떨어지는 노을도 들고 그대 앞에 서면 그대는 깊이 숨겨 둔 눈물로 내 눈 속 들꽃의 의미를 찾아내겠지.사랑은 자기를 버릴 때 별이 되고 눈물은 모두 보여주며 비로소 고귀해진다. 목숨을 걸고 시를 써도 나는 아직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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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복숭아꽃 !!!삶 2016. 4. 5. 09:56
꽃을 보려면 - 정호승 꽃씨 속에 숨어있는 꽃을 보려면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있는 잎을 보려면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꽃씨 속에 숨어있는 꽃을 보려면 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려라 꽃 - 신달자 네 그림자를 밟는 거리쯤에서 오래 너를 바라보고 싶다 팔을 들어 네 속잎께 손이 닿는 그 거리쯤에 오래오래 서 있으면 거리도 없이 너는 내 마음에 와 닿아 아직 터지지 않는 꽃망울 하나 무량하게 피어올라 나는 네 앞에서 발이 붙었다 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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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같은 내 사랑아 / 이채삶 2016. 3. 2. 22:04
내 눈 앞에 서 있는 모습도 아름답습니다 긴 겨울을 이긴 내면의 아름다움은 왜 안보여주는건지? 알 수 있는 자만, 느끼는 자만 느끼라는 건가? 어린 아이처럼 마냥 좋아라 할 수는 없는 아름다움입니다 눈꽃, 설경,,,, 아름다운이여! 그대 바라보며 웃습니다 눈꽃 같은 내 사랑아 / 이채 내 꽃의 수줍은 표정은 장미빛 붉은 가슴 보일 수 없기 때문이며 내 꽃의 차가운 두 볼은 달콤한 그대 입술 스칠 수 없기 때문이며 내 꽃의 하얀 눈물은 따뜻한 그대 품 속 안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진주보다 곱고 이슬보다 영롱합니다 꽃잎마다 맑고 고운 저 눈빛 좀 보세요 달도 없고 별도 없는 밤 행여 그대 창가에 한 아름 눈꽃송이 내리거든 하얀 날개 접고 꿈결에도 잠들고 싶은 내 그리움인 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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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 / 정현종삶 2016. 2. 12. 20:41
경청 / 정현종 불행의 대부분은 경청할 줄 몰라서 그렇게 되는 듯. 비극의 대부분은 경청하지 않아서 그렇게 되는 듯. 아, 오늘처럼 경청이 필요한 때는 없는 듯. 대통령이든 신(神)이든 어른이든 애이든 아저씨든 아줌마든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내 안팎의 소리를 경청할 줄 알면 세상이 조금은 좋아질 듯. 모든 귀가 막혀 있어 우리의 행성은 캄캄하고 기가 막혀 죽어가고 있는 듯. 그게 무슨 소리이든지 간에, 제 이를 닦는 소리라고 하더라도, 그걸 경청할 때 지평선과 우주를 관통하는 한 고요 속에 세계는 행여나 한 송이 꽃 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