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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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 / 고두현산 2018. 2. 23. 18:30
사랑니 / 고두현 슬픔도 오래되면 힘이 되는지 세상 너무 환하고 기다림 속절없어 이제 더는 못 참겠네. 온몸 붉디붉게 애만 타다가 그리운 옷가지들 모두 다 벗고 하얗게 뼈가 되어 그대에게로 가네. 생애 가장 단단한 모습으로 그대 빈 곳 비집고 서면 미나리밭 논둑길 가득 펄럭이던 봄볕 어지러워라. 철마다 잇몸 속에서 가슴 치던 그 슬픔들 오래되면 힘이 되는지 내게 남은 마지막 희망 빛나는 뼈로 솟아 한밤내 그대 안에서 꿈같은 몸살 앓다가 끝내는 뿌리째 사정없이 뽑히리라는 것 내 알지만 햇살 너무 따뜻하고 장다리꽃 저리 눈부셔 이제 더는 말문 못 참고 나 그대에게로 가네 오랜 기다림을 안고, 채우지 못하는 결핍을 지고, 다른 존재로 채우려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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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거울 / 매들린 브리지스산 2018. 1. 6. 14:42
인생거울 / 매들린 브리지스 세상에는 변치 않는 마음과 굴하지 않는 정신이 있다. 순수하고 진실한 영혼들도 있다. 그러므로 자신이 가진 최상의 것을 세상에 주라. 최상의 것이 너에게 돌아오리라. 사랑을 주면 너의 삶으로 사랑이 모이고 가장 어려울 때 힘이 될 것이다. 삶을 신뢰하라. 그러면 많은 이들이 너의 말과 행동을 신뢰할 것이다. 마음의 씨앗들을 세상에 뿌리는 일이 지금은 헛되이 보일지라도 언젠가는 열매를 거두게 되리라. 왕이든 걸인이든 삶은 다만 하나의 거울 우리의 존재와 행동을 비춰 줄 뿐. 자신이 가진 최상의 것을 세상에 주라. 최상의 것이 너에게 돌아오리라. (2017년 12월 30일 덕유산) 산을 오르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들다 늘, 새로운 기쁨으로 채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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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을 위한 연가 / 김승희산 2017. 12. 15. 22:34
미완성을 위한 연가 / 김승희 하나의 아름다움이 익어가기 위해서는 하나의 슬픔이 시작되어야 하리 하나의 슬픔이 시작되려는 저물 무렵 단애 위에 서서 이제 우리는 연옥보다 더 아름다운 것을 꿈꾸어서는 안된다고 서로에게 깊이 말하고 있었네 하나의 손과 손이 어둠 속을 헤매어 서로 만나지 못하고 스치기만 할 때 그 외로운 손목이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무엇인지 알아? 하나의 밀알 비로소 썩을 때 별들의 씨앗이 우주의 맥박 가득히 새처럼 깃을 쳐오르는 것을 그대는 알아? 하늘과 강물은 말없이 수 천 년을 두고 그렇게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네 쳐다보는 마음이 나무를 만들고 쳐다보는 마음이 별빛을 만들었네 우리는 몹시 빨리 더욱 빨리 재가 되고 싶은 마음뿐이었기에 어디에선가,분명 멈추지 않으면 안 되었네 수갑을 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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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산 최영장군 활터의 추억산 2017. 12. 2. 15:15
너에게 / 최승자 네가 왔으면 좋겠다. 나는 치명적이다. 내게 더 이상 팔 게 없다. 내 목숨밖에는. 목숨밖에 팔 게 없는 세상, 황량한 쇼윈도 같은 창 너머로 비 오고, 바람 불고, 눈 내리고, 나는 치명적이다. 내게, 또 세상에게, 더 이상 팔 게 없다. 내 영혼의 집 쇼윈도는 텅텅 비어 있다. 텅텅 비어, 박제된 내 모가지 하나만 죽은 왕의 초상처럼 걸려 있다. 네가 왔으면 좋겠다. 나는 치명적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 최승자 말하지 않아도 없는 것이 아니다 나무들 사이에 풀이 있듯 숲 사이에 오솔길이 있듯 중요한 것은 삶이었다 죽음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그 거꾸로도 참이었다는 것이다 원론과 원론 사이에서 야구방망이질 핑퐁질을 해대면서 중요한 것은 죽음도 삶도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삶 뒤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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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덕유산 마지막 눈꽃 놀이(3)산 2017. 3. 4. 23:35
그 사람에게 / 신동엽 아름다운 하늘 밑 너도야 왔다 가는구나 쓸쓸한 세상 세월 너도야 왔다 가는구나 다시는 못 만날지라도 먼 훗날 무덤 속에 누워 추억하자 호젓한 시골길서 마주친 그날, 우리 왜 인사도 없이 지나쳤는가, 하고 주목 아래로 살짝 들어가 봅니다 불? 엄청난 나무의 인내? 멋집니다 양지바른 곳은 눈꽃이 집니다 발길이 바빠집니다 아직도 가지 못한 가을에도 눈꽃이 피고,,,! 하늘이 살짝 열린 곳으로 파아란 색이 드러납니다 곳곳에 만들어진 눈꽃터널! 너에게 쓴다 / 천양희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인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 풍화되었다. 조릿대의 파란색이 색다른 느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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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망록 / 문정희산 2017. 2. 17. 21:44
비망록 / 문정희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힌 눈과 칼바람이 함께 했던 덕유산, 구름이 있고, 파아란 하늘이 있고, 부질없는 그리움이 있었다 옹색하지만, 떠나가는 겨울이 아쉽다 모든 것이 훌쩍 지나간 이 겨울이 시골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느낌이 든다 남는 것도 없으니, 모자람도 없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