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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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도종환산 2019. 1. 27. 12:13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자연 앞에서 초연함을 배웁니다 위대한 자연 앞에서 억눌리거나, 무덤덤함이 아니라 긴 세월 속에서 변화를 읽어낸, 치우치지 않은 중심을 배워봅니다 그리고, 무엇을 변화시키려면, 나부터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묵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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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 사진을 바라보며,,,!산 2018. 3. 4. 06:42
내 눈동자 속의 길 / 강윤미 여행 끝에 도착한 여관방 누군가 마지막까지 힘껏 짜다 만 치약 한 번 쓸 만큼만 남겨 놓은 그것을 검지에 묻힌다 어둠이 이 방을 헹구고 갈 때까지 나는 오랫동안 후생의 나를 기다린 것 같다 흑백사진 같은 거울에 스며 있는 수많은 여행자의 몰골 위에 나는 입깁을 불어 강물이라고 쓴다 눈을 깜빡이자 타일 무늬 속으로 황급히 휘돌아가는 기척 벽의 수면 위로 꽃들이 질 줄 모르고 핀다 꽃들이 토해내는 향기를 쫓아 모래사장을 걸어나가면 저녁은 태어나고 수평선에서 겨우 빠져나온 오징어배의 불빛들 한숨 돌리고 또다시 파도를 뜯으러 달려가는 모래알을 따라가면 눈동자에서 시작한 길의 끝을 만난다 노을에 취한 파도였는지 포말에 엉겨붙은 바람이었는지 비릿한 게 그리워 나는 쉴새없이 셔터를 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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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하 - 시모음산 2015. 1. 26. 21:50
사랑하는 이유 / 이정하 그대 내게 왜 사랑하는가 묻지 마십시오. 내가 그대를 사랑함에 있어 별다른 까닭이 있을 수 없습니다. 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낙엽이 지듯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니. 그대 내게 왜 사랑하는가 묻지 마십시오. 공기가 있으니 호흡을 하듯 내가 그대를 사랑함에 있어 별다른 이유가 있을 리 없습니다. 그저 그대가 좋으니 사랑할 밖에. 그저 그대가 사랑스러우니 사랑할 밖에 사랑하는 이유/이정하 그대 내게 왜 사랑하는가 묻지 마십시오. 내가 그대를 사랑함에 있어 별다른 까닭이 있을 수 없습니다. 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낙엽이 지듯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니. 그대 내게 왜 사랑하는가 묻지 마십시오. 공기가 있으니 호흡을 하듯 내가 그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