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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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 정민경삶 2020. 5. 18. 05:30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그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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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것들 / 황지우산 2020. 5. 7. 21:25
두고 온 것들 / 황지우 반갑게 악수하고 마주앉은 자의 이름이 안 떠올라 건성으로 아는 체하며, 미안할까봐, 대충대충 화답하는 동안 나는 기실 그 빈말들한테 미안해, 창문을 좀 열어두려고 일어난다. 신이문역으로 전철이 들어오고, 그도 눈치챘으리라, 또다시 핸드폰이 울리고, 그가 돌아간 뒤 방금 들은 식당이름도 돌아서면 까먹는데 나에게서 지워진 사람들, 주소도 안 떠오르는 거리들, 약속 장소와 날짜들, 부끄러워해야 할 것들, 지켰어야만 했던 것들과 갚아야 할 것들; 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세상에다가 그냥 두고 왔을꼬! 좀더 곁에 있어줬어야 할 사람, 이별을 깨끗하게 못해준 사람, 아니라고 하지만 뭔가 기대를 했을 사람을 그냥 두고 온 거기, 訃告도 닿을 수 없는 그곳에 제주 風蘭 한점 배달시키랴? 겉과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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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빛 그리움/ 이외수산 2020. 4. 22. 21:26
하늘빛 그리움/ 이외수 살아간다는 것은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 번씩 바다는 저물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흐리게 지워진다. 나는 시린 무릎을 감싸안으며 나즈막히 그대 이름 부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 이유를 물을 필요가 있는가? 봄 무등산에서는 포근하기만 하다 저녁이면 해가지고, 새벽이 지나면 별도 진다 그래도 무등산의 봄은 슬픔의 시작이다 삶은 자기 자신의 집착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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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품처럼 깊은 무등산으로!산 2016. 12. 22. 20:51
0, 산행 일시 : 2016, 12,18 0, 일행: 나, 그리고 여행자 하나 0, 산행 경로: 증심사 주차장-증심사-중머리재-장불재-입석대-서석대-중봉-중머리재-증심사-회귀 0, 접근 경로 : 서해안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광주 0, 산행 후 나주로 이동하여 국밥 한그릇 찻집 앞 다리에 눈이 내렸습니다 아이젠을 안 가지고 왔는데,,,ㅠㅠ 반대편 봉우리에도 햇살이 들기 시작합니다 성황당 느티나무! 중머리재에 도착! 화순쪽 산을 보니 허였습니다 입석대에 상고대가 피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여기서부터는 일행을 팽기치고 오릅니다 ㅋㅋ 산행길에도 눈이 쌓여서 밟아 봅니다 첫 눈 밟기!! 장불재 도착! 백련사에 두고 온 동전 한 닢 / 안상학 누군가 나에게서 떠나고 있던 날 나도 내 마음속 누군가를 버리러 멀리도 떠나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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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산 2016. 12. 22. 10:22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빨간색 머플러로 따스함을 두르고 노란색 털 장갑엔 두근거림을 쥐고서 아직도 가을 색이 남아있는 작은 공원이면 좋겠다. 내가 먼저 갈께 네가 오면 앉을 벤치에 하나하나 쌓이는 눈들은 파란 우산 위에다 불러모으고 발자국 두길 쭉 내면서 쉽게 찾아오게 할거야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온 세상이 우리 둘만의 세계가 되어 나의 소중한 고백이 하얀 입김에 예쁘게 싸여 분홍빛 너의 가슴에선 감동의 물결이 되고 나를 바라보는 너의 맑은 두 눈 속에 소망하던 그날의 모습으로 내 모습이 자리하면 우리들의 약속은 소복소복 쌓이는 사랑일 거야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서석대에 핀 눈꽃들! 오래 세월의 무게 위에 힌 꽃이 만발했습니다 겨울 빗소리가 무척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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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 이정하산 2016. 12. 19. 01:30
첫눈 / 이정하 아무도 없는 뒤를 자꾸만 쳐다보는 것은 혹시나 네가 거기 서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러나 너는 아무데도 없었다. 낙엽이 질 때쯤 나는 너를 잊고 있었다. 색 바랜 사진처럼 까맣게 너를 잊고 있었다. 하지만 첫눈이 내리는 지금, 소복소복 내리는 눈처럼 너의 생각이 싸아하니 떠오르는 것은 어쩐 일일까. 그토록 못 잊어 하다가 거짓말처럼 너를 잊고 있었는데 첫눈이 내린 지금, 자꾸만 휑하니 비어 오는 내 마음에 함박눈이 쌓이듯 네가 쌓이고 있었다. 지난 토요일, 무등산에서 2016년 첫 상고대를 만났다 예상도 없이 마주한 활홀경에 벅찬 감동이다 어머니 같은 산에 안기고 싶어서 갔던 산이다 나이를 먹어도 혼자 외롭다 지구라는 행성에 여행객이니까? 어디쯤 가고 있을까? 우리의 삶과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