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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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산행, 덕유산 여행!산 2016. 3. 5. 10:30
봄이 오는 길목에서 /이해인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전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 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당신과 가는 길 /도종환 별빛이 쓸고 가는 먼 길을 걸어 당신께 갑니다. 모든 것을 다 거두어간 벌판이 되어 길의 끝에서 몇 번이고 빈 몸으로 넘어질 때 풀뿌리 하나로 내 안을 뚫고 오는 당신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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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산 일출산행!산 2015. 12. 25. 23:01
0 용봉산 새벽 산행 일시 : 06시 용봉초교 출발 -정상 -노적봉 -악귀봉- 용바위 -다시 원점 회귀 0 인원: 나홀로 0 산행 시간 : 3시간 0 일출시간 : 07시 30분 전후 0 일출 명소 : 정상 표지석, 사자바위, 최영장군활터, 쉰질바위, 노적봉, 악귀봉, 용바위, 병풍바위 지난 주간은 매일 낮술로 몸이 초토화가 되었다 밀렸던 비즈와 부탁, 지난 시간의 감사로 달렸던 한주일이었다 세상은 늘 다양하다, 맞나는 사람도, 마시는 술도, 방법도, 함께하는 시간들도,,,, 제일 어려운 것은 누구와 함께 하는냐인 것이다 성탄절 새벽에 기상을 했다 전날 준비해놓은 가방과 랜턴, 사진기, 방한복을 가방에 넣고는 빛의 속도로 집 밖으로 나온다 왜, 머뭇거리면 따스함의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마눌의 잔소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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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담 - 도종환산 2015. 2. 20. 19:35
덕담 - 도종환 지난해 첫날 아침에 우리는 희망과 배반에 대해 말했습니다 설레임에 대해서만 말해야 하는데 두려움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산맥을 딛고 오르는 뜨겁고 뭉클한 햇덩이 같은 것에 대해서만 생각하지 않고 울음처럼 질펀하게 땅을 적시는 산동네에 내리는 눈에 대해서도 생각했습니다 오래 만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느티나무에 쌓이는 아침 까치소리 들었지만 골목길 둔탁하게 밟고 지나가는 불안한 소리에 대해서도 똑같이 귀기울여야 했습니다 새해 첫날 아침 우리는 잠시 많은 것을 덮어두고 푸근하고 편안한 말씀만을 나누어야 하는데 아직은 걱정스런 말들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올해도 새해 첫날 아침 절망과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새해에는 이런 사람이 - 이해인 평범하지만 가슴엔 별을 지닌 따뜻함으로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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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드는 날,,, 도종환산 2014. 9. 30. 07:24
단풍 드는 날,,,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2013년 지리산 중산리에서) 9월의 말일 입니다 일상에서 부딪히다보니 한 달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리고, 계절은 깊어지고요,,, 우리의 마음도 심산에 물드는 붉은 단풍처럼 활활 타는 가을이고 싶습니다 행복한 아침에 소망 하나 담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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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오미자를 씻으며,,,,농부이야기 2014. 9. 3. 21:34
가을사랑 -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올해도 지리산에서 가을을 알리는 오미자가 왔습니다 그냥 지나가는 가을은 아닌가 봅니다 아내가 씻은 모습을 담았지요! 세상을 호령하고 싶은 사람이, 접고 산으로 가서 심고 가꿔주신 열매라서 더욱 저립니다 이 가을은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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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으면 좋겠습니다 / 도종환삶 2014. 3. 23. 20:53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 도종환 - 말없이 마음이 통하고 그래서 말없이 서로의 일을 챙겨서 도와주고 그래서 늘 고맙게 생각하고 그런 사이였으면 좋겠습니다 방풍림처럼 바람을 막아주지만 바람을 막아주고는 그 자리에 늘 그대로 서 있는 나무처럼 그렇게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이 맑아서 산 그림자를 깊게 안고 있고 산이 높아서 물을 늘 깊고 푸르게 만들어주듯이 그렇게 함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산과 물이 억지로 섞여 있으려 하지 말고 산을 산대로 있고 물은 물대로 거기 있지만 그래서 서로 아름다운 풍경이 되듯 그렇게 있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사랑도 칠현산 진달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