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삶 2023. 8. 4. 18:52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 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꽃잎에는 잎사귀가 필요합니다 편안한 호흡으로 내려앉은 능서화를 봅니다
-
봄비 / 김시천삶 2021. 4. 3. 22:16
봄비 / 김시천 그대로 인하여 나는 비로소 나를 소망하게 되었다 내 안에 따뜻한 불을 피우고 그대를 위하여 차 한 잔을 준비하는 일이 이렇게 가슴 설레는 일인 줄 나는 몰랐다 그대가 내게로 오는 하염없는 발소리를 들으며 나는 비로소 내가 소망하는 것을 또한 그대가 함께 소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대가 내게 그러하듯이 나 또한 그대에게 단지 그리워하는 일만으로 평생을 산다 하더라도 그대와 내가 서로를 느낄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가 그러므로 나는 기꺼이 나의 모든 것을 바치려 한다 그것이 비록 작고 하찮은 것이라 할지라도 그대를 향한 그 간절함으로 나를 일으켜 하나의 꽃이 되고자 한다 그대로 인하여 오늘 나는 비로소 나를 소망하게 되었다 긴 기다림으로 핀 벚꽃이 봄비에 떨..
-
낙화, 첫사랑 / 김선우산 2020. 12. 24. 22:28
낙화, 첫사랑 / 김선우 그대가 아찔한 절벽 끝에서 바람의 얼굴로 서성인다면 그대를 부르지 않겠습니다 옷깃 부둥키며 수선스럽지 않겠습니다 그대에게 무슨 연유가 있겠거니 내 사랑의 몫으로 그대의 뒷모습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손 내밀지 않고 그대를 다 가지겠습니다 아주 조금만 먼저 바닥에 닿겠습니다 가장 낮게 엎드린 처마를 끌고 추락하는 그대의 속도를 앞지르겠습니다 내 생을 사랑하지 않고는 다른 생을 사랑할 수 없음을 늦게 알았습니다 그대보다 먼저 바닥에 닿아 강보에 아기를 받듯 온몸으로 나를 받겠습니다 시집『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문학과지성사, 2007) 오늘 하루가 정말 편안하시길 기원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
아주 오래 천천히 / 이병률삶 2020. 8. 24. 06:27
아주 오래 천천히 / 이병률 떨어지는 꽃들은 언제나 이런 소리를 냈다 순간 순간 나는 이 말들을 밤새워 외우고 또 녹음하였다 소리를 누르는 받침이 있다는 사실이 좋아서 그 받침이 순간을 받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리고 새벽에 나는 걸어 어느 절벽에 도착하여 그 순간순간의 ㄴ들이 당도할 곳은 있는지 절벽 저 아래를 향해 물었다 이번 생은 걸을 만하였고 파도도 참을 만은 하였으니 태어나면 아찔한 흰분홍으로나 태어나겠구나 그렇다면 절벽의 어느 한 경사에서라면 어떨지 그리하여 내가 떨어질 때는 순간과 순간을 겹겹이 이어 붙여 이런 소리를 내며 순간들 순간들 아주 아주 먼 길을 오래 오래 그리고 교교히 떨어졌으면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얼마만큼 자유로..
-
진달래 낙화,,,!산 2018. 4. 8. 20:57
낙화,落花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갈 때는 영취산으로 달려 갔고,,, 돌아오는 길은, 봄 밖으로 나왔다
-
낙화, 첫사랑 / 김선우삶 2018. 1. 16. 22:10
낙화, 첫사랑 / 김선우 1 그대가 아찔한 절벽 끝에서 바람의 얼굴로 서성인다면 그대를 부르지 않겠습니다 옷깃 부둥키며 수선스럽지 않겠습니다 그대에게 무슨 연유가 있겠거니 내 사랑의 몫으로 그대의 뒷모습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손 내밀지 않고 그대를 다 가지겠습니다 2 아주 조금만 먼저 바닥에 닿겠습니다 가장 낮게 엎드린 처마를 끌고 추락하는 그대의 속도를 앞지르겠습니다 내 생을 사랑하지 않고는 다른 생을 사랑할 수 없음을 늦게 알았습니다 그대보다 먼저 바닥에 닿아 강보에 아기를 받듯 온몸으로 나를 받겠습니다 함께 떠난 여행에서, 내가 여기에 있음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많은 생각이 있지만, 사랑으로만 기억하고자 합니다 저의 삶에 시간 내주셔서, 마주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
꿈이 있는 꽃, 능소화,,,!삶 2017. 8. 12. 10:39
〔 능소화 〕 금등화(金藤花)라고도 한다. 중국이 원산지이다. 옛날에서는 능소화를 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어, 양반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지에 흡착근이 있어 벽에 붙어서 올라가고 길이가 10m에 달한다. 잎은 마주나고 홀수 1회 깃꼴겹잎이다. 작은잎은 7∼9개로 달걀 모양 또는 달걀 모양의 바소꼴이고 길이가 3∼6cm이며 끝이 점차 뾰족해지고 가장자리에는 톱니와 더불어 털이 있다. 꽃은 8~9월경에 피고 가지 끝에 원추꽃차례를 이루며 5∼15개가 달린다. 꽃의 지름은 6∼8cm이고, 색은 귤색인데, 안쪽은 주황색이다. 꽃받침은 길이가 3cm이고 5개로 갈라지며, 갈라진 조각은 바소 모양이고 끝이 뾰족하다. 화관은 깔때기와 비슷한 종 모양이다. 수술은 4개 중 2개가 길고, 암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