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지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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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아름답다/ 정호승삶 2022. 2. 2. 13:25
희망은 아름답다/ 정호승 창은 별이 빛날 때만 창이다. 희망은 희망을 가질 때만 희망이다. 창은 길이 보이고 바람이 불 때만 아름답다. 희망은 결코 희망을 잃지 않을 때만 아름답다. 나그네여, 그래도 이 절망과 어둠 속에서 창을 열고 별을 노래하는 슬픈 사람이 있다. 고통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희망을 낳지 않는데 나그네여, 그 날 밤 총소리에 쫓기기며 길을 잃고 죽음의 산길 타던 나그네여 바다가 있어야만 산은 아름답고 별이 빛나야만 창은 아름답다 희망은 외로움 속의 한 순례자 창은 들의 꽃 바람 부는 대로 피었다 사라지는 한 순례자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희망을 품고 있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이것, 저것 좋아하는 것을 다 하는 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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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다 / 천양희삶 2021. 12. 31. 21:28
지나간다 / 천양희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고 벼르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세상은 그래도 살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지나간 것은 그리워진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사랑은 그래도 할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절망은 희망으로 이긴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슬픔은 그래도 힘이 된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가치 있는 것만이 무게가 있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사소한 것들이 그래도 세상을 바꾼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바람소리 더 잘 들으려고 눈을 감는다. '이로써 내 일생은 좋았다'고 말할 수 없어 눈을 감는다. 1년동안 5백만보를 걸었습니다 어제 저녁 목표를 달성하면서 새로운 길을 가기로 합니다 내년에는 걸음 수마다 얼마씩 기부를 하려고 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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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지 노을에 서서삶 2021. 2. 23. 19:56
어느 날 / 선미숙 생각 없이 달력을 보다가 아득하니 마음이 떨어질 때 무엇을 하며 여기까지 왔을까 기억에 모두 담아두지 못한 날들을 더듬어 보며 다시 한 번 큰 숫자를 꼽아보고 아직도 설익어 텁텁한 부끄러운 내 삶의 열매를 봅니다. 살아가는 일 보다 살아있음으로 충분히 세상에 고마운 웃음 나눠야 하는데 그 쉬운 즐거움을 아낀 좁은 마음이 얼마나 못난 것인가 이제야 알았습니다. 비바람도, 눈보라도 그대로 소중한 것을! 한파가 밀려오면 노을 곱다 간만에 추워서 동태되는 즐거움을 만끽했던 날,,,! 물이 밀려와 차오르고,,, 노을은 지고,,,, 걷고 있는 모든 삶의 길이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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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은 경계를 넘어간다 / 노향림삶 2020. 5. 12. 19:57
꽃들은 경계를 넘어간다 / 노향림 꽃들이 지면 모두 어디로 가나요. 세상은 아주 작은 것들로 시작한다고 부디 햇빛 아래 소리없이 핀 작디작은 풀꽃들, 녹두알만한 제 생명들을 불꽃처럼 꿰어 달고 하늘에 빗금 그으며 당당히 서서 흔들리네요. 여린 내면이 있다고 차고 맑은 슬픔이 있다고 마음에 환청처럼 들려주어요. 날이 흐리면 눈비 내리면 졸졸졸 그 푸른 심줄 터져 흐르는 소리 꽃잎들이 그만 우수수 떨어져요. 눈물같이 연기같이 사람들처럼 땅에 떨어져 누워요. 꽃 진 자리엔 벌써 시간이 와서 애벌레떼처럼 와글거려요. 꽃들이 지면 모두 어디로 가나요. 무슨 경계를 넘어가나요. 무슨 이름으로 묻히나요. 사람에게 삶의 경계란 아픔을 통해 보이고, 아름다움을 통해 지워지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그만큼 사람의 삶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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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용혜원삶 2020. 1. 5. 20:47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용혜원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움이 송곳처럼 찔러 들어와 오늘쯤은 오지 않을까 창밖으로 자꾸만 눈이 갑니다 세월이 흐르면 그리움도 사라지고 마모될 중 알았더니 아직도 잔향이 남아 있어 미치도록 그리워집니다 지금 어디쯤 계십니까 짧은 눈인사도 없이 도망치듯 떠나 버린 당신을 기다리다 견디지 못해 달려가고만 싶습니다 빼곡할 것만 같았던 삶의 시간들도 허전하도록 자꾸만 짧아져 가고 미련은 마음의 능선을 넘어가는데 어긋난 기다림이 고조되면 병이 됩니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삶의 지루함에서 벗어나 마음의 칸막이를 뜯어내고 남은 세월에 걸맞은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 용혜원 시집 '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중에서 - 2020년 꽃지에서 첫 일몰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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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지의 일몰삶 2017. 12. 11. 16:08
꽃지의 일몰은 언제나 아름답다 낙조가 있는 날이건, 낙조가 없이 그냥 밤이 오는 날이건, -- 아름다운 것은 많은 사람이 바라보며, 하루를 보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세월이 가면/ 박인환 지금 그 사람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얼굴/ 박인환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길을 걷고 살면 무엇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