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승
-
일요일의 미학 / 김현승농부이야기 2014. 10. 19. 07:43
일요일의 미학 / 김현승 노동은 휴식을 위하여 싸움은 자유를 위하여 있었듯이, 그렇게 일요일은 우리에게 온다. 아침빵은 따뜻한 국을 위하여 구워졌듯이. 어머니는 아들을 위하여 남편은 아내를 위하여 즐겁듯이, 일요일은 그렇게 우리들의 집에 온다. 오월은 푸른 수풀 속에 빨간 들장미를 떨어뜨리고 갔듯이. 나는 넥타이를 조금 왼쪽으로 비스듬히 매면서, 나는 음부(音符)에다 불협화음을 간혹 섞으면서, 나는 오늘 아침 상사(上司)에게도 미안치 않은 늦잠을 조을면서, 나는 사는 것에 조금씩 너그러워진다. 나는 바쁜 일손을 멈추고 이레만에 편히 쉬던 신의 뜻을 이제야 알 것 같다. 나의 남이던 내가, 채찍을 들고 명령하고 날카로운 호루라기를 불고 까다로운 일직선을 긋는 남이던 내가, 오늘은 아침부터 내가 되어 나를 ..
-
간월암 일몰산 2014. 10. 17. 20:15
행복의 얼굴 / 김현승 내게 행복이 온다면 나는 그에게 감사하고, 내게 불행이 와도 나는 또 그에게 감사한다. 한 번은 밖에서 오고 한 번은 안에서 오는 행복이다. 우리의 행복의 문은 밖에서도 열리지만 안에서도 열리게 되어 있다. 내가 행복할 때 나는 오늘의 햇빛을 따스히 사랑하고 내가 불행할 때 나는 내일의 별들을 사랑한다. 이와 같이 내 생명의 숨결은 밖에서도 들이쉬고 안에서도 내어쉬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이 내 생명의 바다는 밀물이 되기도 하고 썰물이 되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끊임없이 출렁거린다. 무학대사의 전설과 어리굴절이 유명한 곳, 간월도, 간월암에 갔습니다 복잡한 마음을 버리러 갔더니 일몰이 멋졌습니다 오늘은, 노을에게 길을 묻습니다!
-
설악산 마산봉 단풍 산행산 2014. 10. 14. 21:04
설악산 마산봉으로 산행! 오전 02시 홍성 출발, 스키장을 들머리로 올랐습니다 마산봉-병풍바위-천치봉-삼거리-용대리 방면으로 하산하는 코스입니다 과거 군부대가 있던 자리가 복원되었네요! 너무 소박한 표지석! 운무가 끼어서 조망은 안 좋습니다 그래도 가끔씩 보여주는 능선이 곱게 보입니다 여기도 소박한 표지석 ㅋㅋㅋ 이 봉우리에서 보면 고성쪽 동해바다가 보입니다 오늘은 안 보여주십니다 단풍을 보고자 계곡으로 하산합니다 산님들과 단풍이 어우러져서 한폭의 그림입니다 앞, 뒤가 겹쳐서,,,, 맑은 계곡물에 단풍이 져서, 아침햇살에 반짝입니다 날머리로,,, 내게 행복이 온다면 나는 그에게 감사하고, 내게 불행이 와도 나는 또 그에게 감사한다. 한 번은 밖에서 오고... 한 번은 안에서 오는 행복이다. 우리의 행복의..
-
목화꽃!!농부이야기 2014. 10. 13. 08:00
꿈을 생각하며 / 김현승 목적은 한꺼번에 오려면 오지만 꿈은 조금씩 오기도 하고 안 오기도 한다. 목적은 산마루 위 바위와 같지만 꿈은 산마루 위의 구름과 같아 어디론가 날아가 빈 하늘이 되기도 한다. 목적이 연을 날리면 가지에도 걸리기 쉽지만 꿈은 가지에 앉았다가도 더 높은 하늘로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다. 그러기에 목적엔 아름다운 담장을 두르지만 꿈의 세계엔 감옥이 없다. 이것은 뚜렷하고 저것은 아득하지만 목적의 산마루 어디엔가 다 오르면 이것은 가로막고 저것은 너를 부른다. 우리의 가는 길은 아 ㅡ 끝 없어 둥글고 둥글기만 하다 ( 목화꽃 입니다) 지금은 우리의 옷과 이불의 소재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과거에 물레를 돌려서 씨를 제거하고, 무명옷과 방한용 의류 등에 없어서는 안되었던 목화 입니다 저희 집..
-
절대고독-김현승삶 2014. 10. 12. 00:39
절대고독 / 김 현 승 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하던 영원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 그 끝에서 나는 하품을 하고 비로소 나의 오랜 잠을 깬다. 내가 만지는 손 끝에서 아름다운 별들은 흩어져 빛을 잃지만 내가 만지는 손 끝에서 나는 무엇인가 내게로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스한 체온을 느낀다. 그 체온으로 내게서 끝나는 영원의 먼 끝을 나는 혼자서 내 가슴에 품어 준다. 나는 내 눈으로 이제는 그것들을 바라본다. 그 끝에서 나의 언어들을 바람에 날려 보내며, 꿈으로 고이 안을 받친 내 언어의 날개들을 이제는 티끞처럼 날려 보낸다. 나는 내게서 끝나는 무한의 눈물겨운 끝을 내 주름 잡힌 손으로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 더 나아갈 수 없는 그 끝에서 드디어 입을 다문다--나의 시는.
-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농부이야기 2014. 10. 10. 08:30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어린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同胞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잔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英雄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는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 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이 세상에 ..
-
석불사문화재,명승,고적 2014. 10. 6. 08:00
불 완 전 김현승 더욱 분명을 듣기 위하여 우리는 눈을 감아야 하고, 더욱 또렷이 보기 위하여 우리는 우리의 숨을 죽인다 밤을 위하여 낮은 저 바다에서 설탕과 같이 밀물에 녹고, 아침을 맞기 위하여 밤은 그 아름다운 보석들을 아낌없이 바다에 던진다 죽은 사자의 가슴에다 사막의 벌떼는 단 꿈을 치고, 가장 약한 해골은 승리의 허리춤에서 패자의 이름을 빛낸다 모든 빛과 어둠은 모든 사랑과 미움은 그리고 친척과 원수까지도, 조각과 조각들은 서로이 부딪치며 커다란 하나의 음악이 되어, 우리의 불완전을 오히려 아름답게 노래하여 준다. (충남 홍성 석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