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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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에 즈음하면 / 유안진삶 2020. 12. 30. 21:01
송년에 즈음하면 / 유안진 송년에 즈음하면 도리없이 인생이 느껴질 뿐입니다 지나온 일년이 한생애나 같아지고 울고 웃던 모두가 인생! 한마디로 느낌표일 뿐입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자꾸 작아질 뿐입니다 눈 감기고 귀 닫히고 오그라들고 쪼그라들어 모퉁이길 막돌멩이보다 초라한 본래의 내가 되고 맙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신이 느껴집니다 가장 초라해서 가장 고독한 가슴에는 마지막 낙조같이 출렁이는 감동으로 거룩하신 신의 이름이 절로 담겨집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갑자기 철이 들어 버립니다 일년치의 나이를 한꺼번에 다 먹어져 말소리는 나직나직 발걸음은 조심조심 저절로 철이 들어 늙을 수밖에 없습니다 송년과 신년도 우리가 만든 경계입니다 하지만 마무리를 하고 싶은 마음은 다행입니다 하루 남은 2020년이 코로나에 도둑맞은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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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고백 / 유진하삶 2020. 11. 24. 09:11
아름다운 고백 / 유진하 먼 어느날 그대 지내온 세상 돌이켜 제일로 소중했던 이 그 누구였느냐고 묻는말 있으면 나는 망설임없이 당신이라고 말하겠습니다. 먼 어느날 꽃잎마져 어둠에 물들어 별리의 묻 닫힌 먼 어느날 그대 두고 온 세상 기억 더듬어 제일로 그리웠던 이 그 누구였느냐고 묻는 음성 들리면 나는 다시 주저없이 그 사람 당신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혼자가는 길 끝에 어느 누구도 동행 못하는 혼자만의 길 끝에 행여 다음세상 약속한 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내겐 늘 안개같은 이름 당신을 말하겠습니다. 당신 사연 내 들은적 없고 내 사연 또한 당신께 말한적 없는 그리운 이 세월 다 보내고 쓸쓸히 등돌려 가야 하는 내 막다른 추억 속에서 제일로 가슴아픈 사랑 있었느냐고 묻는 말 있으면 그 사랑 당신이었노라고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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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수채화 같은 사람 / 김이진삶 2020. 11. 16. 20:18
당신은 수채화 같은 사람 / 김이진 당신은 내게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내 가슴 속에 수채화 같은 추억을 그려준 사람입니다 당신은 베란다 창가로 살포시 찾아온 아침햇살처럼 따뜻한 사람입니다 바람의 몸짓에도 작은 들꽃들의 속삭임에도 당신은 눈물을 흘렸답니다 바람을 포옹하며 풋풋한 감성을 먹고사는 문학을 노래하는 소녀였답니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 가슴속에 감추어둔 추억들 하나, 둘 살포시 꺼내어 수채화 물감에 흠뻑 적셔 파아란 하늘에 걸어 두고 싶음입니다. 걷기? 평정을 얻어서 걷는 것이 아니고, 걷기를 반복하면서 평정을 얻는다 특별히 가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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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었다 / 나호열삶 2020. 9. 25. 05:43
꽃이 피었다 / 나호열 바라보면 기쁘고도 슬픈 꽃이 있다 아직 피어나지 않아 이름조차 없는 꽃 마음으로 읽고 눈으로 덮어버리는 한 잎의 향기와 빛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오르는 향일성 向日性의 시간의 촛대 위에 담쟁이 넝쿨 같은 촛불을 당기는 일 내 앞에서 너울대는 춤추는 얼굴 그 그림자를 오래 지켜보아야 한다는 것이 기쁘고 또 슬프고 슬픔이 터져 혼자서 슬픈사람은 울 곳이 마땅치 않다 지천에 깔린 꽃들은 슬픔을 알고 있다 가을 선운사에서는 세상의 많은 말들이 부질없다 영혼의 씨앗이 뿌려져 꽃 피운 상사화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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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편지 /나호열삶 2020. 9. 22. 08:00
긴 편지 /나호열 풍경風磬을 걸었습니다 눈물이 깨어지는 소리를 듣고 싶었거든요 너무 높이 매달아도 너무 낮게 내려놓아도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에 우두커니 오래 있다가 이윽고 아주 오랜 해후처럼 부등켜 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지요 와르르 눈물이 깨질 때 그 안에 숨어 있던 씨앗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날마다 어디론가 향하는 손금 속으로 사라지는 짧은 그림자 말이지요 너무 서두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조금씩 솟아올라 고이는 샘물처럼 풍경도 슬픔을 제 안에 채워두어야겠지요 바람을 알아버린 탓이겠지요 밤과 낮의 길이가 같다는 추분입니다 힘찬 하루 여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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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지나는 법 / 나호열삶 2020. 9. 19. 16:32
가을을 지나는 법 / 나호열 가을은 느린 호흡으로 멀리서 걸어오는 도보여행자 점자를 더듬듯 손길이 닿는 곳마다 오래 마음 물들이다가 툭 투우욱 떨어지는 눈물같이 곁을 스치며 지나간다 망설이며 기다렸던 해후의 목멘 짧은 문장은 그새 잊어버리고 내 몸에 던져진 자음 몇 개를 또 어디에 숨겨야 하나 야윈 외투 같은 그림자를 앞세우고 길 없는 길을 걸어가는 가을 도보여행자 이제 남은 것은 채 한토막이 남지 않은 생의 촛불 바람이라는 모음 맑다. 긴 장마 때문인가,,,? 구름 좋은 날, 세상이 아름답다 지나는 길, 성벽 저 너머에 가을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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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엽서 / 이외수삶 2020. 4. 26. 13:46
여름엽서 / 이외수 오늘같은 날은 문득 사는 일이 별스럽지 않구나 우리는 까닭도 없이 싸우고만 살아왔네 그 동안 하늘 가득 별들이 깔리고 물 소리 저만 혼자 자욱한 밤 깊이 생각지 않아도 나는 외롭거니 그믐밤에도 더욱 외롭거니 우리가 비록 물 마른 개울가에 달맞이꽃으로 혼자 피어도 사실은 혼자이지 않았음을 오늘 같은 날은 알겠구나 낮잠에서 깨어나 그대 엽서 한 장을 나는 읽노라 사랑이란 저울로도 자로도 잴 수 없는 손바닥 만한 엽서 한장 그 속에 보고 싶다는 말 한 마디 말 한 마디만으로도 내 뼛속 가득 떠오르는 해 지나는 길 잠시, 마음에 불씨를 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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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가 익어 가는 학원농장 청보리밭삶 2019. 5. 26. 10:55
6월의 시 / 김남조 어쩌면 미소짓는 물여울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 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람도 미소하며 부는 것일까 잔 물결 큰 물결의 출렁이는 바단가도 싶고 은 물결 금 물결의 강물인가도 싶어 보리가 익어가는 푸른 밭 밭머리에서 유월과 바람과 풋보리의 시를 쓰자 맑고 푸르른 노래를 적자 신이 사람을 단련시키고 키우는 가장 전형적인 방법은 그 사람이 있는 자리를 흩트리는 것이다 -- 전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장관 김동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