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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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기 / 탁명주산 2017. 1. 7. 21:35
겨울나기 / 탁명주 겨울은 껍질이 두꺼운 계수나무다 어린 나무가 겨울앞에 꿋꿋할 수 있는 건 바람 맞을 잎이 없음이다 뿌리깊은 리듬으로 오는 설레임이 있음이다 매운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껍질속에 저장하였다가 사월 다수운 봄 햇살에 발효시켜 박하나무는 박하잎을 계수나무는 계피를 만드는 것이리라 한둥치 겨울 옷을 벗을 때마다 고갱이는 굵어지고 껍질은 단단해진다 어린 나무가 바람 소리에 귀기울이는 건 골패인 낙숫물 소문을 듣기 위함이다 껍질 속 비밀스런 세포분열에 향기짙은 녹수의 싹 힘껏 밀어올릴 물 오른 봄기운을 기다림이다 우리도, 한둥치 겨울 옷을 벗을 때마다 고갱이는 굵어지고 껍질은 단단해지기를 소망합니다 덕유산 자락에서 쉬면서 듣던, 계곡 물소리가 조릿대의 겨울나기를 돕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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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덥습니다삶 2016. 5. 22. 11:41
여름 일기 1/이해인 여름엔 햇볕에 춤추는 하얀 빨래처럼 깨끗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 영혼의 속까지 태울 듯한 태양 아래 나를 빨아 널고 싶다 여름엔 햇볕에 잘 익은 포도송이처럼 향기로운 매일을 가꾸며 향기로운 땀을 흘리고 싶다 땀방울마저도 노래가 될 수 있도록 뜨겁게 살고 싶다 여름엔 꼭 한 번 바다에 가고 싶다 바다에 가서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 온 섬 이야기를 듣고 싶다 침묵으로 엎디어 기도하는 그에게서 살아 가는 법을 배워 오고 싶다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이해인 손 시린 나모(裸木)의 가지 끝에 홀로 앉은 바람 같은 목숨의 빛깔 그대의 빈 하늘 위에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차 오르는 빛 구름에 숨어서도 웃음 잃지 않는 누이처럼 부드러운 달빛이 된다 잎새 하나 남지 않은 나의 뜨락인 바람이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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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이 활짝 핀 용봉사!산 2015. 12. 17. 09:10
길을 묻다 /정광지 걷다가 문득 어디로 가고 있느냐 묻는다 지금껏 스쳐 만난 이들 얼굴 하나 제대로 알두지 못한 채 그저 정신없이 걷기만 하다가 퍼득 고개들어 잠시 둘러보니 누군가와도 함께 못한 길 아닌 길 외로운 길을 걷고 있었다 어디를 향해 어디까지 이렇게 가야하는 것일까? 폭설이 내리는 날, 산사에 잠시 들렸습니다 스님의 독경소리외에 고요합니다 대웅전 뒤에 커다란 왕벗나무도 눈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종무소 건물은 연기로 꽃을 피우고요! 묵는 느티나무도 환하게 눈꽃이 만발햇습니다 그리고, 용봉산 산자락에 위치한 산사에 포근함을 더합니다 땅만 바라보고 걷는 이에게 길을 묻습니다 옛날, 아득한 그리움이 질벅하게 묻어나는 삶이라도 가끔은 하늘을 바라보라며 질그릇처럼 깨지기 쉬운 부족한 길손을 바랍봅니다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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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삶 2015. 12. 14. 11:09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나무 그늘에 앉아나뭇잎 사링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나무 그늘에 앉아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날 저녁,잘며시 나가서 담아보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