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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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을 오르며,,,,산 2019. 1. 11. 22:29
행복한 그리움 / 박성철 오랜 그리움 가져본 사람은 알 수 있습니다 사람 하나 그리워하는 일이 얼마나 가슴 미어지는 애상인지를 쓸쓸한 삶의 길섶에서도 그리움은 꽃으로 피어나고 작은 눈발로 내리던 그리움은 어느새 선명한 발자국을 남기는 깊은 눈발이 되었습니다 애매모호한 이 기억의 잔상들 그리움이 슬픔인지 기쁨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슬픔이든 기쁨이든 그리움의 끝에 서 있는 사람은 누구나 아름답습니다 가슴 저미는 사연을 지녔다 해도 고적한 밤에 떠오르는 그대 그리움 하나로 나는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임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인가? 어느날 훌쩍 떠나도 미련없이 좋은 것인가? 설산에서 맞는 눈바람은, 나의 닫혀진 가슴을 열어 달라는 흔들림이었다 눈바람이 불어온다 나의 심장의 문이 덜컹 거린다 한걸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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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나무 / 박노해산 2018. 3. 9. 07:21
그해 겨울나무 / 박노해 1 그해 겨울은 창백했다. 사람들은 위기의 어깨를 졸이고 혹은 죽음을 앓기도 하고 온몸 흔들며 아니라고도 하고 다시는 이제 다시는 그 푸른 꿈은 돌아오지 않는다고도 했다. 세계를 뒤흔들며 모스크바에서 몰아친 삭풍은 팔락이던 이파리도 새들도 노래소리도 순식간에 떠나보냈다 잿빛 하늘에선 까마귀가 체포조처럼 낙하하고 지친 육신에 가차없는 포승줄이 감기었다 그해 겨울, 나의 시작은 나의 패배였다 2 후회는 없었다 가면 갈수록 부끄러움뿐 다 떨궈주고 모두 발가벗은 채 빛남도 수치도 아닌 몰골 그대로 칼바람 앞에 세워져 있었다 언 땅에 눈이 내렸다 숨막히게 쌓이는 눈송이마저 남은 가지를 따닥따닥 분지르고 악다문 비명이 하얗게 골짜기를 울렸다 아무 말도 아무 말도 필요없었다 절대적이던 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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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숲에서 / 안도현산 2018. 2. 5. 21:30
겨울 숲에서 / 안도현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수록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내마음 속 헛된 욕심이며 보잘것없는 지식들을 내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저 숫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할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르르 몸 떠는 빈 겨울 나무들의 숲으로 그대 올 때는 천지사방 가슴 벅찬 폭설로 오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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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설경산 2018. 1. 20. 20:23
옹이 / 류시화 흉터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이것도 꽃이었으니 비록 빨리 피었다 졌을지라도 상처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눈부시게 꽃물을 밀어 올렸으니 비록 눈물로 졌을지라도 죽지 않을 것이면 살지도 않았다 떠나지 않을 것이면 붙잡지도 않았다 침묵할 것이 아니면 말하지도 않았다 부서지지 않을 것이면, 미워하지 않을 것이면 사랑하지도 않았다 옹이라고 부르지 말라 가장 단단한 부분이라고 한때는 이것도 여리디여렸으니 다만 열정이 지나쳐 단 한 번 상처로 다시는 피어나지 못했으니 관성의 물리력은 정지해 있는 사람은 계속 정지하려는 경향을 보여준다 -- 엘런 머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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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은 너무 작아서/잘랄루딘 루미삶 2018. 1. 14. 21:00
내 심장은 너무 작아서/잘랄루딘 루미 내 심장은 너무 작아서 거의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당신은 그 작은 심장 안에 이토록 큰 슬픔을 넣을 수 있습니까? 신이 대답했다 보라, 너의 눈은 더 작은데도 세상을 볼 수 있지 않느냐 슬퍼하지 말라 네가 잃은 것은 어떤 것이든 다른 형태로 너에게 돌아올 것이니 ( 눈 내린 제주의 감귤밭에서,,,) 눈이 내린 감귤은 당도가 높아집니다 그러나 쉽게 부패하기도 합니다 모포나 양탄자를 털어낼 때 모포와 양탄자가 미워서 때리는 것은 아니지요 그 안에 있는 먼지를 털기 위함입니다 깊은 생각으로 살아야지 합니다 누구든, 무엇이든, 나를 위하여 삶을 가져다주지는 않을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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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업령 설경산 2018. 1. 8. 18:55
단 하나의 삶 / 메리 올리버 어느 날 당신은 알게 되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그리고 마침내 그 일을 시작했다 주위의 목소리들이 계속해서 잘못된 충고를 외쳐됐지만 집 식구들은 불안해하고 과거의 손길이 발목을 붙잡았지만 저마다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라고 소리쳤지만 당신은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를 알고 있었기에 거센 바람이 불어와 당신의 결심을 흔들고 마음은 한 없이 외로웠지만, 시간이 이미 많이 늦고 황량한 밤 길 위에는 쓰러진 나뭇가지와 돌들로 가득했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어둔 구름들 사이로 별들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이 세상 속으로 걸어가는 동안 언제나 당신을 일깨워 준 북소리 당신이 할 수있는 단 하나의 일이 무엇인지 당신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