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덕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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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후회 / 황지우삶 2017. 2. 13. 22:11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 神像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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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덕유산에 눈이 없다산 2017. 1. 10. 22:42
고난에 빠진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용기, 평정심, 인내, 이런 것 말고도 나는 유머를 말하고 싶다 고난 속에서 유머를 잃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어쩌면 아무것도 잃지 않을거란 말이다 --시인의 밥상, 공지영 에세이 중에서 --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아마도 한마디로 대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한 다섯 손가락쯤 펴고 이 안에 들어갈 것을 생각하면 친구가 들어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생각을 하다가 끝내 인사가 인생이구나 결론을 내린 시간도 있었다 --시인의 밥상, 공지영 에세이 중에서 -- 덕유산 중봉 아래에 서면 아름답다라는 생각을 매번 한다 위에서 삿갓봉 너머의 남덕유와 서봉, 그리고 지리산의 주능들을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길게 펼쳐진 산행로에 서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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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덕유산, 안녕!산 2016. 3. 8. 21:53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길은 사통팔달(四通八達)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길을 간다. 길은 어디에나 있다. 봄을 위하여/ 천상병 겨울만 되면 나는 언제나 봄을 기다리며 산다. 입춘도 지났으니 이젠 봄기운이 화사하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도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고 했는데 내가 어찌 이 말을 잊으랴? 봄이 오면 생기가 돋아나고 기운이 찬다. 봄이여 빨리 오라 봄이 오는 소리 /최원정 가지마다 봄기운이 앉았습니다. 아직은 그 가지에서 어느 꽃이 머물다 갈까 짐작만 할 뿐 햇살 돋으면 어떻게 웃고 있을지 빗방울 머금으면 어떻게 울고 있을지 얼마나 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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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위에 쓰는 시, 덕유산 여행산 2016. 3. 6. 23:07
눈 위에 쓰는 시 / 류시화 누구는 종이 위에 시를 쓰고 누구는 사람 가슴에 시를 쓰고 누구는 자취 없는 허공에 대고 시를 쓴다지만 나는 십이월의 눈 위에 시를 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질 나의 시 겨울나무 /도종환 잎새 다 떨구고 앙상해진 저 나무를 보고 누가 헛살았다 말하는가 열매 다 빼앗기고 냉랭한 바람 앞에 서 있는 나무를 보고 누가 잘못 살았다 하는가 저 헐벗은 나무들이 산을 지키고 숲을 이루어내지 않았는가 하찮은 언덕도 산맥의 큰 줄기도 그들이 젊은 날 다 바쳐 지켜오지 않았는가 빈 가지에 새 없는 중지 하나 매달고 있어도 끝났다 끝났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실패했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이웃 산들이 하나씩 허물어지는 걸 보면서도 지킬 자리가 더 만핟고 믿으며 물러서지 않고 버텨온 청춘 아프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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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에서 즐기는 여백!산 2016. 3. 4. 20:06
3월에 /이해인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네준 한 장의 꽃봉투 새봄의 봉투를 열면 그 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바람이고싶다 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꽃는 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부산 갈맷길에서 본 동백입니다 봄은 겨울속에서도 옵니다 바위에 나무가 꽃이 되었습니다 누구는 꽃이 되고, 그림이 되고,,,, 대피소도 인파가 가득합니다 여백 / 도종환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 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