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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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지나는 법 / 나호열삶 2020. 9. 19. 16:32
가을을 지나는 법 / 나호열 가을은 느린 호흡으로 멀리서 걸어오는 도보여행자 점자를 더듬듯 손길이 닿는 곳마다 오래 마음 물들이다가 툭 투우욱 떨어지는 눈물같이 곁을 스치며 지나간다 망설이며 기다렸던 해후의 목멘 짧은 문장은 그새 잊어버리고 내 몸에 던져진 자음 몇 개를 또 어디에 숨겨야 하나 야윈 외투 같은 그림자를 앞세우고 길 없는 길을 걸어가는 가을 도보여행자 이제 남은 것은 채 한토막이 남지 않은 생의 촛불 바람이라는 모음 맑다. 긴 장마 때문인가,,,? 구름 좋은 날, 세상이 아름답다 지나는 길, 성벽 저 너머에 가을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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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에는.... / 이해인삶 2020. 9. 13. 10:22
이 가을에는.... / 이해인 이 가을에는 따뜻한 눈물을 배우게 하소서. 내 욕심으로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진정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소리없이 함께 울어줄 수 있는 맑고 따뜻한 눈물을 배우게 하소서. 이 가을에는 빈 가슴을 소유하게 하소서. 집착과 구속이라는 돌덩이로 우리들 여린 가슴을 짓눌러 별처럼 많은 시간들을 힘들어 하며 고통과 번민 속에 지내지 않도록 빈 가슴을 소유하게 하소서. 이 가을에는 풋풋한 그리움 하나 품게 하소서. 우리들 매순간 살아감이 때로는 지치고 힘들어 누군가의 어깨가 절실히 필요할 때 보이지 않는 따스함으로 다가와 어깨를 감싸 안아줄 수 있는 풋풋한 그리움 하나 품게 하소서. 이 가을에는 말 없는 사랑을 하게 하소서. 사랑이라는 말이 범람하지 않아도 서로의 눈빛 만으로도 간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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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이틀 / 류시화산 2020. 8. 31. 21:32
9월의 이틀 / 류시화 소나무 숲과 길이 있는 곳 그곳에 구월이 있다. 소나무 숲이 오솔길을 감추고 있는 곳 구름이 나무 한 그루를 감추고 있는 곳 그곳에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이 있다 그 구월의 하루를 나는 숲에서 보냈다 비와 높고 낮은 나무들 아래로 새와 저녁이 함께 내리고 나는 숲을 걸어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나뭇잎사귀들은 비에 부풀고 어느 곳으로 구름은 구름과 어울려 흘러갔으며 그리고 또 비가 내렸다 숲을 걸어가면 며칠째 양치류는 자라고 둥근 눈을 한 저 새들은 무엇인가 이 길 끝에 또다른 길이 있어 한 곳으로 모이고 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모래의 강물들 멀리 손까지 뻗어 나는 언덕 하나를 붙잡는다 언덕은 손 안에서 부서져 구름이 된다 구름 위에 비를 만드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 있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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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산 단풍도 추억 속으로,,,산 2019. 11. 17. 11:39
단풍 숲속을 가며 ... 오세영 무어라 말씀하셨나 돌아서 옆을 보면 화들짝 붉히는 낯익은 얼굴 무어라 말씀하셨나 돌아서 뒤를 보면 또 노오랗게 흘기는 그 고운 눈빛 가을 산 어스름 숲속을 간다 붉게 물든 단풍 속을 호올로 간다 산은 산으로 말을 하고 나무는 나무로 말하는데 소리가 아니면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 하루 해는 설키만 하다 찬 서리 내려 산은 불현듯 침묵을 걷고 화려하게 천자만홍 터뜨리는데 무어라 말씀하셨나 어느덧 하옇게 센 반백의 귀머거리 아직도 봄 꿈꾸는 반백의 철딱서니 가을, 삶,,,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