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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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햇살 / 오광수삶 2021. 10. 2. 23:09
가을햇살 / 오광수 등 뒤에서 살짝 안는 이 누구신가요? 설레이는 맘으로 뒤돌아 보니 산모퉁이 돌아온 가을 햇살이 아슴 아슴 남아있는 그사람 되어 단풍 조막손 내밀며 걷자 합니다 나릿물 떠내려온 잎 하나 눈에띄어 살가운 마음으로 살며시 건졌더니 멀리본 늦가을 산이 손안에서 고와라 사무실 인근에 코스모스 밭이 조성되어 가을을 선물합니다 인근에 사람을 만나서 커피 마시고, 둘러보고 왔습니다 아름다운 가을입니다 장상인님의 커피 한 잔으로 떠나는 세계여행을 읽으며 배운 것? 커피를 마실 때, 1/3은 원액으로 맛을 깊이 음미하고, 1/3은 설탕을 넣어서, 1/3은 우유를 넣어서 마시라는 겁니다 가을도, 초기, 중기, 말기로 나눠서 느껴보면 어떨까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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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기도 / 이해인삶 2021. 10. 1. 07:22
10월의 기도 / 이해인 언제나 향기로운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좋은 말과 행동으로 본보기가 되는 사람냄새가 나는 향기를 지니게 하소서 타인에게 마음의 짐이 되는 말로 상처를 주지 않게 하소서 상처를 받았다기보다 상처를 주지는 않았나 먼저 생각하게 하소서 늘 변함없는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살아가며 고통이 따르지만 변함없는 마음으로 한결같은 사람으로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게 하시고 마음에 욕심을 품으며 살게 하지 마시고 비워두는 마음 문을 활짝 열게 하시고 남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게 하소서 무슨 일이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아픔이 따르는 삶이라도 그안에 좋은 것만 생각하게 하시고 건강 주시어 나보다 남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을 주소서 10월에는 많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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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의 가을 / 최영미삶 2021. 9. 25. 20:40
내 속의 가을 / 최영미 바람이 불면 나는 가을이다 높고 푸른 하늘이 없어도 뒹구는 낙엽이 없어도 지하철 플랫폼에 앉으면 시속 100킬로로 달려드는 시멘트 바람에 낡은 초상들이 몰려왔다 흩어지는 창가에 서면 나는 가을이다 따뜻한 커피가 없어도 녹아드는 선율이 없어도 바람이 불면 5월의 풍성한 잎들 사이로 수많은 내가 보이고 거쳐온 방마다 구석구석 반짝이는 먼지도 보이고 어쩌다 네가 비치면, 가을이다 담배연기도 뻣뻣한 그리움 지우지 못해 알루미늄 새시에 잘려진 풍경 한 컷, 우수수 네가 없으면 나는 가을이다 팔짱을 끼고 가-을 오늘은 이른 새벽에 저수지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복잡한 시간이 얽혀서 돌아가지만, 결론은 시간의 길을 따라 여행을 합니다 혼자 살 수는 없는 세상이지만, 자연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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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깨진 연탄 / 안도현산 2021. 9. 12. 22:12
반쯤 깨진 연탄 / 안도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데 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위에 지금은 인정머리없는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 얹고 아랫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 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 오르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눈에 빨갛게 불을 켜고 구들장 속이 얼마나 침침하니 손을 뻗어 보고 싶은 것이다 나로 하여 푸근한 잠 자는 처녀의 등허리를 밤새도록 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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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주는 시/류 근삶 2021. 8. 31. 21:07
나에게 주는 시/류 근 우산을 접어버리듯 잊기로 한다 밤새 내린 비가 마을의 모든 나무들을 깨우고 간 뒤 과수밭 찔레울 언덕을 넘어오는 우편배달부 자전거 바퀴에 부서져 내리던 햇살처럼 비로소 환하게 잊기로 한다 사랑이라 불러 아름다웠던 날들도 있었다 봄날을 어루만지며 피는 작은 꽃나무처럼 그런 날들은 내게도 오래가지 않았다 사랑한 깊이만큼 사랑의 날들이 오래 머물러주지는 않는 거다 다만 사랑 아닌 것으로 사랑을 견디고자 했던 날들이 아프고 그런 상처들로 모든 추억이 무거워진다 그러므로 이제 잊기로 한다 마지막 술잔을 비우고 일어서는 사람처럼 눈을 뜨고 먼 길을 바라보는 가을 새처럼 한꺼번에 한꺼번에 잊기로 한다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 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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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우체국 / 안도현삶 2021. 8. 29. 21:27
바닷가 우체국 / 안도현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우체국이 있다. 나는 며칠 동안 그마을에 머물면서 옛사랑이 살던 집을 두근거리며 쳐다 보듯이 오래오래 우체국을 바라보았다. 키 작은 측백나무 울타리에 둘러싸인 우체국은 문 앞에 붉은 우체통을 세워두고 하루 내내 흐린 눈을 비비거나 귓밥을 파기 일쑤였다. 우체국이 한 마리 늙고 게으른 짐승처럼 보였으나 나는 곧 그 게으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이곳에 오기 아주 오래전부터 우체국은 아마 두 눈이 짓무르도록 수평선을 바라보았을 것이고 그리하여 귓속에 파도소리가 모래처럼 쌓였을 것이었다 나는 세월에 대하여 말하지만 결코 세월을 큰 소리로 탓하지는 않으리라 한번은 엽서를 부치러 우체국에 갔다가 줄지어 소풍 가는 유치원 아이들을 만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