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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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던 날 / 박인걸산 2023. 5. 11. 20:27
꽃이 지던 날 / 박인걸 꽃이 져도 날은 맑네. 하도 많이 지니 이찌하랴. 바람이 없어도 꽃은 지네, 때가되면 뭔들 안질까 지는 꽃을 붙잡을 수 없네. 붙든다고 그 자리에 머물까 지는 꽃은 져야 하고 피는 꽃은 피어야 하네. 꽃 진다고 새는 안 울고 떨어진다고 비도 안 오네 피었다가 지는 꽃은 질줄 알고 피었다하네. 해도 지고 달도 지고 활짝 피었던 사람도 지네. 어제는 고왔는데 오늘은 지네. 아무 말 없이 떨어지네. 쓸쓸히 지니 가엽지만 피는 꽃이 있어 위로가 되네. 그럴지라도 지는 꽃에 서러운 마음 감출 수 없네. 텅빈 의자에 앉아 긷어버린 커피를 마십니다 늘 마음 속에는 작정한 날이 있으나, 현실의 삶은 구속이 있습니다 환하게 웃어주는 철쭉을 바라보며 그저 행복한 웃음을 보냅니다 내년에는 더 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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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가 / 문병란삶 2022. 10. 27. 08:19
희망가 / 문병란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 맛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길 멈추지 말라. 인생항로 파도는 높고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 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 꼭 찾아온다. 아침 밥 한그릇에 만족합니다 애써서 무엇을 찿거나, 더 좋은 것을 구할 필요가 없습니다 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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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 모산재 여행산 2022. 10. 9. 19:59
가을 산은 자유롭다 / 유한나 가을 산이 자유로운 것은 모두들 욕심을 버리기 때문이다 무수히 붙어서 푸름으로 치닫던 잎새들의 갈망이 끝났기 때문이다 가을 산이 자유로운 것은 모두들 집착을 버리기 때문이다 잎새들을 붙잡고 무성했던 나무도 움켰던 손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가을 산이 자유로운 것은 모두들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산을 소유하고 있던 여름이 여름을 울던 풀벌레들이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을 산이 자유로운 것은 자라나야 한다든가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굴레에서 벗어나 비로소 묵직한 산이 되었기 때문이다. 0, 산행경로 : 모산재주차장-국사당-순결바위-모산재 -돛대바위-모산재주차장(황매산 기적길) 0, 동행 : 주인님 0, 일시 : 10월 1일 어두운 새벽에 산에 올라서 밝아오는 아침을 보는 것도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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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천천히 / 이병률산 2022. 5. 7. 08:01
아주 오래 천천히 / 이병률 떨어지는 꽃들은 언제나 이런 소리를 냈다 순간 순간 나는 이 말들을 밤새워 외우고 또 녹음하였다 소리를 누르는 받침이 있다는 사실이 좋아서 그 받침이 순간을 받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리고 새벽에 나는 걸어 어느 절벽에 도착하여 그 순간순간의 ㄴ들이 당도할 곳은 있는지 절벽 저 아래를 향해 물었다 이번 생은 걸을 만하였고 파도도 참을 만은 하였으니 태어나면 아찔한 흰분홍으로나 태어나겠구나 그렇다면 절벽의 어느 한 경사에서라면 어떨지 그리하여 내가 떨어질 때는 순간과 순간을 겹겹이 이어 붙여 이런 소리를 내며 순간들 순간들 아주 아주 먼 길을 오래 오래 그리고 교교히 떨어졌으면 화려한 천상의 정원에 서 봅니다 커피처럼 향기로움은 없는 철쭉의 정원이지만, 참 아름답고 행복합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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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소리를 듣는 곳, 홍류동 소리길을 걷다,,,, !산 2016. 5. 18. 07:12
雨中, 해인사 가는 길 / 윤 미 전 하늘은 며칠째 심사가 편치 않은지 길 나서는 내게 무슨 할 말 있는 듯 손등을 슬쩍 치거나 바지가랑이 적시며 어제의 안부를 묻는다 우산 위로 온몸 던져 알 수 없는 교향곡을 연주하는 빗방울들 키 낮은 구절초 고개 푹 꺾고 빗줄기에게 집요한 추궁 당하고 있다 종복처럼 뒤따르던 길이 저만치 앞서가다가 자꾸 돌아보고 산허리 휘감고 있는 비안개는 마실가는 여인의 뒷모습처럼 한가롭다 괜히 따라 나섰다 싶은지 빗방울들은 내가 가는 길의 끝이 어디인지 묻기도 한다 몇 구비 돌아 들면 풀들과 벌레소리 자라나는 내 마음에도 너와 맞닿을 작은 길 하나 열리게 될까 낡은 우의로 가리고 있는 중년의 굽은 등, 그 갈라진 목소리만 분주하고 아직 안 팔린 삶은 옥수수들이 낯빛을 마주보며 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