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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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밭을 지나며 / 고정희삶 2023. 4. 13. 06:59
유채꽃밭을 지나며 / 고정희 어머니, 이제 더는 말이 없으신 어머니 당신의 시신을 뒷동산 솔밭에 묻고 제 가슴에도 비로소 둥긋한 봉분 한구 솟아버린 채 서른아홉의 짐을 끌고 고향을 하직하던 날 소리나지 않게 울며 대문 밖에 서 계시는 어머니와 손 흔들던 날 저산리 모퉁이를 돌아서던 제 시야에 오늘처럼 눈부시게 흔들리는 유채꽃밭을 보았습니다 백야리를 지나고 배드레재 지날 동안 저를 따라오던 유채꽃밭에는 호랑나비 노랑나비 훨훨 날아들어 이 세상의 적멸을 쓰러뜨리며 찬란한 화관을 들어올리고 있었습니다 제발 가슴속의 봉분을 버려라 찾아오면 떠나갈 때가 있고 머물렀으면 일어설 때가 있나니 사람은 순서가 다를 뿐이다 유채꽃밭 속으로 걸어가던 어머니 그날처럼 오늘도 산천솔기마다 유채꽃 흐드러져 무겁고 막막한 슬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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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해지지 마 / 시바타 도요삶 2022. 12. 28. 22:42
약해지지 마 / 시바타 도요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가끔은 아무나 잡고 얘기하고 싶은 날도 있습니다 조금은 시원해질까? 그런 그런 생각들 중에서 ,,, 오늘 평생을 다닌 직장을 떠나는 친구와 점심을 하면서 삶에서 하나는 남았구나 생각했습니다 풋풋했던 기숙사 시절로는 돌아갈 수 없지만 참 행복한 인연입니다 우리에게 이제, 시간은 묻습니다 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 결정하는 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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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읍성(모양성) 한바퀴 밟기산 2022. 4. 30. 21:27
고창은 우리나라에서 군 단위로는 최대의 고인돌 밀집지역이다. 고창읍성(모양성)과 선운사, 그리고 동리 신재효와 미당 서정주의 고장인 고창은 삼한시대인 마한의 54개 소국 가운데 "모로비리국"의 시초로 열리기 시작, 백제 때에는 "모량부리현" 또는 "모양현"으로 불렸고 고려시대 이래 "고창현"으로 불렸다. 고창은 방장산을 긴 노령산맥을 등허리에 안고, 서해에 연해지면서 자리한 고을터이다. 특히 고창은 전북의 삼신산 중 하나인 방장산 여맥이 이어져 일으켜 세운 곳이다. 방장산이 좌우로 펼쳐져 고창군 일대를 광할한 대지로 만든다. 고창은 풍수지리학상, 오행에 적합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 드문 지역으로 동쪽과 남쪽이 높은 반면 서북쪽이 낮게 형성되어 통풍과 햇빛이 골고루 퍼져 농작물 재배는 물론 인간의 두뇌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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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학원농장 청보리밭은 지금 !삶 2022. 4. 24. 21:47
어느 날 하루는 여행을 / 용혜원 어느 날 하루는 여행을 떠나 발길 닿는 대로 가야겠습니다. 그 날은 누구를 꼭 만나거나 무슨 일을 해야 한다는 마음의 짐을 지지 않아서 좋을 것입니다. 하늘도 땅도 달라 보이고 날아갈 듯한 마음에 가슴 벅찬 노래를 부르며 살아 있는 표정을 만나고 싶습니다. 시골 아낙네의 모습에서 농부의 모습에서 어부의 모습에서 개구쟁이의 모습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알고 싶습니다. 정류장에서 만난 삶들에게 목례를 하고 산길에서 웃음으로 길을 묻고 옆자리의 시선도 만나 오며 가며 잃었던 나를 만나야겠습니다. 아침이면 숲길에서 나무들의 이야기를 묻고 구름 떠나는 이유를 알고 파도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며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저녁이 오면 인생의 모든 이야기를 하룻밤에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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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기 위해서는 / 김소엽삶 2021. 4. 22. 21:09
꽃이 피기 위해서는 / 김소엽 꽃이 그냥 스스로 피어난 것은 아닙니다. 꽃이 피기 위해서는 햇빗과 물과 공기가 있어야 하듯이 꽃이 저 홀로 아름다운 것은 아닙니다. 꽃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벌과 나비가 있어야 하듯이 꽃의 향기가 저절로 멀리까지 퍼진 것은 아닙니다 꽃의 향기를 전하기 위해서는 바람이 있어야 하듯이 나 혼자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닙니다. 기도로 길을 내어주고 눈물로 길을 닦아 준 어머니은혜와 귀한 분들 은덕입니다. 내가 잘나서 내가 된 것은 더 더욱 아닙니다 벼랑 끝에서 나를 붙잡아 주고 바른 길로 인도해 주신 보이지 않은 그 분의 섭리와 은혜가 있은 까닭입니다. 비가 내리 후 듣는 오후였습니다 삶이 무슨 궤적이 있나요,,,,? 훌쩍 떠나서 걸었습니다 삶은 언제나 혼자 ? 스치는 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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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가 익어 가는 학원농장 청보리밭삶 2019. 5. 26. 10:55
6월의 시 / 김남조 어쩌면 미소짓는 물여울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 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람도 미소하며 부는 것일까 잔 물결 큰 물결의 출렁이는 바단가도 싶고 은 물결 금 물결의 강물인가도 싶어 보리가 익어가는 푸른 밭 밭머리에서 유월과 바람과 풋보리의 시를 쓰자 맑고 푸르른 노래를 적자 신이 사람을 단련시키고 키우는 가장 전형적인 방법은 그 사람이 있는 자리를 흩트리는 것이다 -- 전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장관 김동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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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나는 슬픔을 잊었다 / 김금란삶 2019. 5. 21. 20:37
그리하여 나는 슬픔을 잊었다 / 김금란 당신의 이름이 사라졌다 이른 봄꽃이 꽃망울을 피웠지만 서랍을 가득 채운 약봉지들만 당신을 기억할 뿐 무릉도원면 아랫골 길 163-12에는 당신의 이름으로 된 우편물 하나 더는 오지 않았다 사람을 잊는 것도 이름을 잊는 것도 계절을 보내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한때 당신의 이름의 한 획이었던 활자들이 가끔 꽃샘추위처럼 내 머리속을 찌르고 지나갈 뿐 죽을 것처럼 오열했던 순간들은 땅에 닿은 힌 눈보다 빨리 사라졌다 나는 다시 울음보다 웃음이 많아졌고 틈만 나면 남해 여행 책자를 뒤적이고 있었다 세상에 남은 것은 그 누구의 슬픔도 그 누구의 이름도 아니었다 당신을 영 잊은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는 말은 더 이상 믿지 않기로 했다 흙을 밟고 걷는 것이 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