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가을 / 노향림 가난한 새들은 더 추운 겨울로 가기 위해새끼들에게 먼저 배고픔을 가르친다.제 품속에 품고 날마다 물어다 주던 먹이를 끊고대신 하늘을 나는 연습을 시킨다.누렇게 풀들이 마른 고수부지엔 지친새들이 오종종 모여들고 머뭇대는데어미 새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음울한 울음소리만이높은 빌딩 유리창에 부딪쳐 아찔하게떨어지는 소리만이 가득하다.행여 무리를 빠져나온 무녀리들 방향 없이빈터에서라도 낙오되어 길 잃을까드문드문따듯한 입김 어린 불빛이 켜지기 시작한다.그 지시등 따라 창 밑까지 선회하다가있는 힘 다해 지상에서 가장 멀리 치솟아 뜬허공에 무수히 박힌 까만 충치 자국 같은 비행체들캄캄한 하늘을 날며 멀리로 이사 가는철새들이 보이는 가을날의 연속이다. 친구들과 마시고 떠들던 가을 갑니다누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