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
장미꽃을 건네는 법 / 양광모삶 2024. 6. 19. 21:29
장미꽃을 건네는 법 / 양광모 즉을 만큼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치는장미꽃이라 해도가시를 모두 떼어내고꽃만 건네줄 수는 없다는 것 쯤 그러므로 사랑하는 사람에게장미꽃을 건넬 때는가시에 찔리지 않도록잘 감싸서 주어야 한다는 것 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바치는장미꽃이라 해도언젠가는 그 꽃과 향기시들기 마련이라는 것 쯤 그러므로 사랑하는 사람에게장미꽃을 건넬 때는그 꽃과 향기 사라지기 전에흠뻑 사랑에 취해야 한다는 것 쯤 불처럼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치는장미꽃이라 해도붉은 장미와 흰 장미를반 쯤 섞어야 한다는 것 쯤 그러므로 그 사랑뜨거운 열정만이 아니라순백의 순결로도함께 불타 오르기를소망해야 한다는 것 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장미꽃을 건네받을 때는오직 한 가지그 뺨장미꽃보다 붉어져야 한다는 것 쯤 장미의 계..
-
다시 아침 / 도종환삶 2023. 7. 20. 07:41
다시 아침 / 도종환 내게서 나간 소리가 나도 모르게 커진 날은 돌아와 빗자루로 방을 쓴다 떨어져 나가고 흩어진 것들을 천천히 쓰레받기에 담는다 요란한 행사장에서 명함을 잔뜩 받아온 날은 설거지를 하고 쌀을 씻어 밥을 안친다 찬물에 차르를 차르를 씻겨나가는 뽀얀 소리를 듣는다 앞차를 쫓아가듯 하루를 보내고 온 날은 초록에 물을 준다 꽃잎이 자라는 속도를 한참씩 바라본다 다투고 대립하고 각을 세웠던 날은 건조대에 널린 빨래와 양말을 갠다 수건과 내복을 판판하게 접으며 음악을 듣는다 가느다란 선율이 링거액처럼 몸 속으로 방울방울 떨어져 내리는 걸 느끼며 눈을 감는다 인생은 자전거와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페달로 뒷바퀴를 돌리는 것은 나 자신이지만, 핸들로 앞바퀴의 방향을 정하고,,,, 앞으로 가는 것은 눈으로..
-
마지막 여름 장미 / 최영미삶 2023. 5. 19. 23:42
마지막 여름 장미 / 최영미 길모퉁이에서 나는 보았지 먼지를 뒤집어쓴 장미 한 송이. 아, 어떻게 서울에 …… 스마트폰이 점령한 젊음의 거리에 늦게 핀 여름 장미가 나, 여기 살아 있다고 내 발목을 붙잡고 지금쯤 자취도 없이 사라진 어느 여름의 벼락같은 선물. 기억의 담벼락에 새겨진 희미한 이름이 꽃을 피우고 이파리를 흔들고, 흐린 하늘에 소나기가 내린다 네가 나의 마지막 여름 장미였지. 아니, 가을이었나? 내 품에 안긴 서른 송이의 장미꽃들은 어디로 갔나. 추억이여. 넌 어쩜 시들지도 않고 이렇게 아무 데서나 나타나 날 귀잖게 하니. 일상에서 서성이다 보니 장미가 피었습니다 지인들과 한 병 하다가 ''' 카메라 들고 다시 담 벼락으로 갔습니다 나만 생각하고 살아온 봄 입니다 장미는 삶을 회복시켜주려나 ..
-
6월의 장미 / 이해인삶 2021. 6. 2. 06:34
6월의 장미 / 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걸어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 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 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어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짙음이 깊어지는 시간입니다 논에서는 벼가 자라고, 보리는 누렇게 익어가고, 감자꽃도 피고요 행복과 쉬엄이 있는 6월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