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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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용혜원삶 2020. 1. 5. 20:47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용혜원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움이 송곳처럼 찔러 들어와 오늘쯤은 오지 않을까 창밖으로 자꾸만 눈이 갑니다 세월이 흐르면 그리움도 사라지고 마모될 중 알았더니 아직도 잔향이 남아 있어 미치도록 그리워집니다 지금 어디쯤 계십니까 짧은 눈인사도 없이 도망치듯 떠나 버린 당신을 기다리다 견디지 못해 달려가고만 싶습니다 빼곡할 것만 같았던 삶의 시간들도 허전하도록 자꾸만 짧아져 가고 미련은 마음의 능선을 넘어가는데 어긋난 기다림이 고조되면 병이 됩니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삶의 지루함에서 벗어나 마음의 칸막이를 뜯어내고 남은 세월에 걸맞은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 용혜원 시집 '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중에서 - 2020년 꽃지에서 첫 일몰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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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지의 일몰삶 2017. 12. 11. 16:08
꽃지의 일몰은 언제나 아름답다 낙조가 있는 날이건, 낙조가 없이 그냥 밤이 오는 날이건, -- 아름다운 것은 많은 사람이 바라보며, 하루를 보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세월이 가면/ 박인환 지금 그 사람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얼굴/ 박인환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길을 걷고 살면 무엇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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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쓴다 / 천양희삶 2017. 9. 22. 02:36
너에게 쓴다 / 천양희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진 자리에 잎피었다 너에게 쓰고 잎진 자리에 새가 앉았다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生 풍화되었다. 어제 / 천양희 내가 좋아하는 여울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왜가리에게 넘겨주고 내가 좋아하는 바람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새에게 넘겨주고 나는 무엇인가 놓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너가 좋아하는 노을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구름에게 넘겨주고 너가 좋아하는 들판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에게 넘겨주고 너는 어디엔가 두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뒤를 돌아다본다 어디쯤에서 우린 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