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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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구이집에서 / 이정록삶 2023. 1. 10. 22:01
조개구이집에서 / 이정록 빙판길이든 눈 녹은 진창길이든 조개껍데기가 그만인겨. 조개란 것이 억만 물결로 이엉을 얹었는디 같잖게 사람이나 자빠뜨리겄남? 죽으면 썩어 웂어질 몸뚱어리, 조개껍데기처럼 바숴질 때까지 가야되잖겄어? 나이 사십 중반이면 막장은 거짐 빠져나온겨. 피조개 빨던 입이라고 사랑하지 말란 법 있간디? 연탄 한 장 배 맞추는 것도, 연탄집게처럼 한꺼번에 불구녕에 들어가야 되는겨. 자네 하날 믿고 물 건너 왔는디 하루하루 얼매나 섧고 폭폭허겄나? 요번엔 뗏장이불 덮을 때까지 가보란 말이여. 관자 기둥까지 다 내어주는 조개처럼 몸과 맘을 죄다 바치란 말이여. 사랑도 조개구이 같은겨. 내리 불길만 쏴붙이다간 칼집 안 낸 군밤처럼 거품 물다가 팍 터져 뛰쳐나간단 말이지. 조개는 혓바닥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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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덕유산 마지막 눈꽃 놀이(3)산 2017. 3. 4. 23:35
그 사람에게 / 신동엽 아름다운 하늘 밑 너도야 왔다 가는구나 쓸쓸한 세상 세월 너도야 왔다 가는구나 다시는 못 만날지라도 먼 훗날 무덤 속에 누워 추억하자 호젓한 시골길서 마주친 그날, 우리 왜 인사도 없이 지나쳤는가, 하고 주목 아래로 살짝 들어가 봅니다 불? 엄청난 나무의 인내? 멋집니다 양지바른 곳은 눈꽃이 집니다 발길이 바빠집니다 아직도 가지 못한 가을에도 눈꽃이 피고,,,! 하늘이 살짝 열린 곳으로 파아란 색이 드러납니다 곳곳에 만들어진 눈꽃터널! 너에게 쓴다 / 천양희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인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 풍화되었다. 조릿대의 파란색이 색다른 느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