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세오름
-
봄날의 한라산 눈꽃을 즐기며(2)산 2017. 3. 14. 17:23
생명은 / 요시노 히로시 생명은 자기 자신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는 듯하다. 꽃도 암술과 수술이 갖추어져 있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곤충이나 바람이 찾이와 암술과 수술을 중매한다. 생명은 그 안에 결핍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을 다른 존재로부터 채워 받는다. 세계는 아마도 다른 존재들과의 연결 그러나 서로가 결핍을 채운다고는 알지도 못하고 알려지지도 읺고 그냥 흩어져 있는 것들끼리 무관심하게 있을 수 있는 관계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은 것들도 허용되는 사이 그렇듯 세계가 느슨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은 왜일까. 꽃이 피어 있다. 바로 가까이까지 곤충의 모습을 한 다른 존재가 빛을 두르고 날아와 있다. 나도 어느 때 누군가를 위한 곤충이었겠지. 당신도 어느 때 나를 위한 바람이었겠지. 2016년 한..
-
봄이 오는 한라산, 영실 산행(2)산 2016. 3. 12. 21:49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 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