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여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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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 그믐, 그 아름다운 기억 / (宵火)고은영삶 2022. 1. 31. 20:11
섣달 그믐, 그 아름다운 기억 / (宵火)고은영 온동리 집집 마다 굴뚝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냄새들이 온 마을을 휘돌아 내리고 그 해 섣달 그믐에는 싸락눈이 내렸지요 새로 사온 빨강 모자 달린 나일론 외투에 새 바지, 그리고 까만색 새 운동화를 가슴에 안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던 그믐 밤 밤은 왜 그렇게 길었던지 동네 어귀마다 싸락눈이 밤새 사락사락 내렸지요 가슴 저미는 기억의 들창으로 동트는 아침은 잎 떨 군 보리수 나뭇가지에서 참새들이 짹짹 노래하고 마당엔 밤새 소복이 싸락눈이 쌓이고 내 기억의 아름다운 창가에 환희로 당도하는 설날이 열리면 그리운 얼굴들이 나의 눈물에 피어납니다 세월의 저편으로 사랑을 놓고 떠나간 내 사랑하던 사람들의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세월이 유수 같이(流水) 흐르고 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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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보내고 / 이외수삶 2017. 8. 9. 22:08
그대를 보내고 / 이외수 이제 집으로 돌아 가자 우리들 사랑도 속절없이 저물어 가는날 빈 들녘 환청 같이 나지막히 그대 이름 부르면서 스러지는 하늘이여 버리고 싶은 노래들은 저문강에 쓸쓸히 물비늘로 떠돌게 하고 독약 같은 그리움에 늑골을 적시면서 실어증을 앓고 있는 실삼나무 작별 끝에 당도하는 낯선 마을 어느 새 인적은 끊어지고 못다한 말들이 한 음절씩 저 멀리 불빛으로 흔들릴 때 발목에 쐐기풀로 감기는 바람 바람만 자학처럼 데리고 가자 운여해변에 아내와 다녀왔습니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어서 말합니다 나는 다시 온다 이 태양과 더불어 , 이 독수리와 더불어, 이 뱀과 더불어, 그러나, 하나의 새로운 삶, 또는 보다 나은 삶 비슷한 삶으로 나는 다시 돌아 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