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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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묘지 / 폴 발레리삶 2021. 8. 13. 06:34
해변의 묘지 / 폴 발레리 비둘기들 거니는 저 조용한 지붕이, 소나무들 사이, 무덤들 사이에 꿈틀거리고, 올바름인 정오가 거기서 불꽃들로 바다를 구성한다, 늘 되풀이되는 바다를 ! 오, 신들의 고요에 오래 쏠린 시선은 한 가닥 명상 뒤의 고마운 보답 ! 날카로운 번갯불들이 얼마나 순수한 작업이 잗다란 물거품의 숱한 금강석을 간직하고 있으며, 또 그래서 얼마나 아늑한 평화가 잉태되는 것만 같은가 ! 하나의 해가 심연 위에 쉴 때는, 영구 원인의 두 가지 순수 작품, 시간은 반짝이고 꿈은 바로 앎이다. 단단한 보물, 조촐한 미네르바 신전, 고요의 더미, 눈에 띄는 푸짐한 저장, 우뚝 솟은 물, 불꽃 너울 쓰고도 그 많은 잠을 속에 간직한 눈이여, 오, 나의 침묵 ! 넋 속의 신전, 그러나 기왓장도 무수한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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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날개를 접으면서 / 고은영삶 2020. 7. 10. 20:08
기억의 날개를 접으면서 / 고은영 인생아 인제 그만 아프자. 너무 힘들어 지치면 어찌하느냐 ? 더러는 기억의 눈금으로 망각의 봇짐을 싸고 지금쯤 황혼 서녘에 떼 지어 무리로 나는 기러기 따라 이사를 떠날 지어다. 사랑아 미워하지 않으마. 달아나지 마라. 달이 차 기운다 하면 너를 그리워한들 소용없는 짓 갈잎에 혼돈하던 서러운 이별쯤은 덤덤하게 보내기도 하며 눈물의 흔적마다 맑아 우울한 거문고 애끓는 노래하면 눈물아 그만 날 놓아다오. 이제 되었다. 거식증에 걸려 자주 너에 배가 부르면 고칠 수 없는 중병이 든단다. 무거운 소식이 많은 저녁입니다 내일은 소풍가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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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시 / 이해인삶 2020. 7. 1. 05:00
7월의 시 / 이해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떄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거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이루십시오. 행복한 하반기 힘차게 시작하십시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