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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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산 2023. 9. 23. 11:05
그리운 바다 성산포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 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 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 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절망을 만들고 바다는 절망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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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바다 성산포 2 / 이생진삶 2023. 2. 11. 14:53
그리운 바다 성산포 2 / 이생진 일출봉에 올라 해를 본다 아무 생각 없이 해를 본다 해도 그렇게 날 보다가 바다에 눕는다 일출봉에서 해를 보고 나니 달이 오른다 달도 그렇게 날 보더니 바다에 눕는다 해도 달도 바다에 눕고 나니 밤이 된다 하는 수 없이 나도 바다에 누워서 밤이 되어 버린다 날짐승도 혼자 살면 외로운 것 바다도 혼자 살기 싫어서 퍽퍽 넘어지며 운다 큰 산이 밤이 싫어 산짐승을 불러오듯 넓은 바다도 밤이 싫어 이부자리를 차내 버리고 사슴이 산 속으로 산 속으로 밤을 피해 가듯 넓은 바다도 물 속으로 밤을 피해 간다 성산포에서는 그 풍요 속에서도 갈증이 인다. 바다 한 가운데 풍덩 생명을 빠뜨릴 순 있어도 한 모금 물을 건질 수는 없다 성산포에서는 그릇에 담을 수 없는 바다가 사방에 흩어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