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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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낙엽... 최영미삶 2019. 11. 8. 19:05
11월의 낙엽... 최영미 가을비에 젖은 아스팔트. 돌아보면, 떨어질 잎이 하나 남아 있었나. 천둥에 떨고 번개에 갈라진 잎사귀. 심심한 아이들에게는 장난감이 되어주고 종이보다 가벼운 몸으로 더러운 뒷골목을 지키던 너. 허술한 나뭇가지에 목숨을 부지하고 식물의 운명에 순종했던, 상처투성이의 몸에 햇살이 닿으면 촘촘한 세월의 무늬가 드러나지만, 이대로 흔들린다 누군가의 가슴바닥에 훅, 떨어졌으면…… 첫눈이 내려 무거운 눈을 매달고 허공에서 부서지기 전에, 순한 흙에 덮여 잠들었으면…… 낙엽의 비문(碑文)을 읽을 그대는 지금 어디 있는가. -시집 『도착하지 않은 삶』(문학동네, 2009) 큰 사랑을 주신 당신께 감사의 말을 전하지 못하였습니다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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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단풍여행,,,!삶 2018. 11. 11. 12:23
어느 길로 갈 것인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여행의 시작이다 -- 이산하 시인의 글 중에서 --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마음이 흩으러진 날은 선운사가 좋다 일요일 이런저런 일을 마치고 점심이 넘어서 도착한 선운사는 인산인해,,,! 가방에 작은 물병과 커피, 과일 건조한 것을 메고,,, 도솔천으로 잠겼다 가을 낮에 만나는 작은 고요와 햇살이 좋다 숲 사이로 했살이 들어오니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각 나무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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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드는.날 / 도종환삶 2017. 9. 9. 17:15
가을의 전설 / 이찬용 겨울을 견디고 봄 여름 웃다 보면 바람과 함께 단풍 잎 바알간 열매 가을의 전설은 열린다 고운 이들이 손잡고 흔들며 뜨거운 전설을 날린다 전설은 호 - 소리치는 별이다 꿈이다 단풍 드는.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 2016년 11월 산운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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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 김지하삶 2017. 1. 2. 22:00
아내에게 / 김지하 내가 뒤늦게 나무를 사랑하는 건 깨달아서가 아니다 외로워서다 외로움은 병 병은 병균을 보는 현미경 오해다 내가 뒤 뒤늦게 당신을 사랑하는건 외로워서가 아니다 깨달아서다 사람은 자신이 오랫동안 바라본 것을 닮는다 내가 죽을 때 바다를 닮은 얼굴이 되어 있다면 좋겠으나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다 최소한 빈 술병이라도 닮기를 희망한다 --- 내 술상의 위의 자산어보 중에--- 묵혀놨던 사진 입니다 오늘은 누가, 저도 많이 아픕니다 가을날에 추억으로 일어나십시요 시린 가슴을 도솔천에 맡겼던 추억이 그립습니다 혼자서 중얼거립니다 가을 때문이라고,,,, 후회는 더 사랑하지 못하는데서 온답니다 오늘은 새해 첫날, 첫키스처럼 영혼에 기대어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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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어머니 생각,,,!삶 2016. 11. 8. 12:04
어느 봄날의 생각, 문득 / 이흔복 봄, 꽃향기인들 고스란할까 마루 끝에 조으는 어린 고양이 기루어서 봄 그렇게 다, 지나간다 봄이 그래도 아름다운 건 곧 꽃이 지기 때문이란 생각, 문득 먼동이 후여할 때부터 우리 어머니 눈물은 아래로 흐르고 숟가락은 위로 올라간다 가장 가깝고 가장 사랑하면서도 가장 먼 어머니의 눈물을 닦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어머니를 울게 한 지금은 없는 아우일 뿐 벌써 철들긴 다 틀린 나는 아니다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목숨이 끊어진다 해도 최후의 순간까지 변하지 않을 사람 들린다, 들린다 어머니다 어머니는 육신의 근원 내 몸 받은 날부터 발 헛디뎌 밖에서 안으로 되돌아가는 길은 어머니에게로 가는 길이라는 생각 어머니에게로 가는 길은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나를 받아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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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시모음삶 2015. 10. 31. 21:25
11월의 시/ 이외수 세상은 저물어 길을 지운다. 나무들 한 겹씩 마음을 비우고 초연히 겨울로 떠나는 모습 독약 같은 사랑도 문을 닫는다. 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늘 바람도 어디로 가자고 내 등을 떠미는가 상처 깊은 눈물도 은혜로운데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이름들... 서쪽 하늘에 걸려 젖은 별빛으로 흔들리는 11월 내가 사랑하는 계절 / 나태주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 11월이다 더 여유 있게 잡는다면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다 낙엽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무들이 깨금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하는 것이다 황토 흙 속에는 시제時祭 지내러 갔다가 막걸리 두어 잔에 취해 콧노래 함께 돌아오는 아버지의 비틀걸음이 들어 있다 어린 형제들이랑 돌담 모퉁이에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