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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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바람 / 강은교삶 2024. 1. 14. 13:58
새벽바람 / 강은교 이제 일어설까 일어서 떠나볼까 새벽 바람이 도착하니 어둠은 슬며시 물러가는구나 모든 잠의 옷섶에서 삐져나온 꿈들을 벚나무 흐린 그림자를 핥으며 뒤숲으로 빨리 사라진다 이제 일어설까 일어서 떠나 볼까 나의 허약한 아버지가 나를 부르고 있으니 가장 작은 지상의 것들이 나를 부르고 있으니 지상에서 가장 작은 불을 켤 수밖에 없는 이를 위하여 눈물 하나가 끌고 가는 눈물을 위하여 하루치 그림자밖에 없는 이를 위하여 어디서 울고 있는 애인들을 위하여 어디서 웃고 있는 순간 입들을 위하여 여기 추억은 추억의 손을 쓰다듬으며 놓지 않은 곳 오래도록 지구를 돌아다니고 있는 구름이 어슬렁어슬렁 안개의 이불을 꿰매고 있는 곳 이제 일어설까 일어서 떠나볼까 모든 길들은 서로 부둥켜 안고 숨을 헐떡이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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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전등 / 김남조산 2022. 1. 19. 06:50
새벽전등 / 김남조 간밤에 잠자지 못한 이와 아주 조금 잠을 잔 이들이 새소리보다 먼저 부스럭거리며 새벽전등을 켠다 이 거대한 도시 곳곳에 불면의 도랑은 비릿하게 더 깊은 골로 패이고 이제 집집마다 눈물겨운 광명이 비추일 것이나 미소짓는 자, 많지 못하리라 여명(黎明)에 피어나는 태극기들, 독립 반세기라 한 달 간 태극기를 내걸자는 약속에 백오십 만 실직 가정도 이리 했으려니와 희망과의 악수인 건 아니다 참으로 누구의 생명이 이 많은 이를 살게 할 것이며 누구의 영혼이 이들을 의연(毅然)하게 할 것이며 그 누가 십자가에 못박히겠는가 심각한 시절이여 잠을 설친 이들이 새벽전등을 켠다 소망있는 하루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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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여는 글산 2021. 1. 31. 21:09
^새벽을 여는 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 보면 비극이다. 희극이든 비극이든 실상을 알고 보면, 사람 사는 것이 거의 비슷합니다.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나와 똑같은 외로움속에서 몸부림을 칩니다. 남과 비교하면, 다 내것이 작아 보인답니다. 나에게만 아픔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실상을 들어가 보면, 누구에게나 아픔이 있습니다. 비교해서 불행하지 말고, 내게 있는것으로 기뻐하고, 감사하는 것은 어떨까요. 인생은 희극처럼 살아도 짧은 시간입니다. 감사는 천국이요 비교는 지옥입니다. 『찰리체프린의 명언中』 새벽 / 이양우 새벽은 참으로 깨끗하다... 허물 한 점 없이 맑은 얼굴로 어제의 과욕을 털어내고 그 지루한 거리를 달려서 깨어있을 자들을 위해 조용히 문을 열고 닭의 홰치는 소리를 귀에 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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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여명산 2020. 1. 11. 21:20
새벽에 / 마종하 찬 공기를 빨아 마시고 손끝까지 취하는 물을 마시니 저 잠겨 있는 숲의 침묵을 이해하겠다. 새벽 햇빛 속에서 비어가는 나의 즐거움. 숲길에 서면 흐린 눈은 안으로 밝아진다. 침묵의 때가 빠지고 저마다 희게 뿜어내는 입김. 그래도 뜨거움은 있는 거야. 골병 든 이의 피가 조금씩 풀어지는 때, 눈물은 부풀어 빛난다. 깃발들이 젖은 기둥에 걸려 있고 바람은 가슴 깊이 고인다. 숨어서 바라는 이들의 꿈. 긴 시간의 매듭 끝에 풀려 나오는 자유. 봄날의 햇살 속에서 나의 침묵은 밝아간다. 저마다의 삶에는 스스로 되돌아보는 시간이 있다. 무슨 일이 있었으며 왜 그러한 일이 발생했는가? 지나간 시간 속에서 나는 어디에 있었으며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 과거부터의 많은 내 모습이 지금 나와 함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