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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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묻는다 / 천양희산 2022. 2. 21. 21:19
그에게 묻는다 / 천양희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은 늘 같은데 하늘은 볼 때마다 다르다 하겠는지요 서울살이 삽십 년 동안 나는 늘 같은데 서울은 볼 때마다 다르다 하겠는지요 길에는 건널목이 있고 나무에는 마디가 있다지요? 산천어는 산속 맑은 계곡에 살고 눈먼 새는 죽을 때 한번 눈뜨고 죽는다지요? 동박새는 동백꽃에서만 살고 기린초는 척박한 곳에서만 산다지요? 귀한 진주는 보잘것없는 조개에서 나오고 아름다운 구슬은 거친 옥돌에서 나온다지요?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고 모든 문제는 답이 있다지요? 사는 것이 왠지 슬픈 생각이 든다고 하겠는지요 슬픔을 가질 수 있어 내가 기쁘다고 하겠는지요 이른 새벽의 대관령,,,, 저는 붉은 빛이 오는 곳으로 바라봅니다 긴 호흡처럼 깊게, 깊게 마시는 공기가 기도를 타고 흐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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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전등 / 김남조산 2022. 1. 19. 06:50
새벽전등 / 김남조 간밤에 잠자지 못한 이와 아주 조금 잠을 잔 이들이 새소리보다 먼저 부스럭거리며 새벽전등을 켠다 이 거대한 도시 곳곳에 불면의 도랑은 비릿하게 더 깊은 골로 패이고 이제 집집마다 눈물겨운 광명이 비추일 것이나 미소짓는 자, 많지 못하리라 여명(黎明)에 피어나는 태극기들, 독립 반세기라 한 달 간 태극기를 내걸자는 약속에 백오십 만 실직 가정도 이리 했으려니와 희망과의 악수인 건 아니다 참으로 누구의 생명이 이 많은 이를 살게 할 것이며 누구의 영혼이 이들을 의연(毅然)하게 할 것이며 그 누가 십자가에 못박히겠는가 심각한 시절이여 잠을 설친 이들이 새벽전등을 켠다 소망있는 하루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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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몰랐습니다 / 김현태삶 2021. 12. 18. 21:11
그때는 몰랐습니다 / 김현태 이마에 막 꽃 피기 시작한 여드름 하나 그것이 아픔의 시작인 줄 몰랐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소국 한 송이 필 즈음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 한다는 사실도 차마 몰랐습니다 하나, 둘 여드름이 이마의 벌판을 지나 눈썹타고 급기야 얼굴 전체에 붉은 꽃밭으로 만발할 때 내 얼굴 속에 또 다른 얼굴이 존재함을 그리하여 가슴 벅차고 때론 젊은 날의 호흡이 서럽도록 느슨해 지고 나약해 짐을 또 그리하여 내가 나를 미워하고 내가 차라리 하염없이 무너지고 있음을 그때는 차마 몰랐습니다 어디서 부터 시작된 지도 모르는 작은 불씨 하나가 내 생의 전부를 무너뜨리고 마는 자꾸만 자꾸만 피어오르는 그 열병이 내가 이 세상에 살아가는 이유가 될 거라고 그때는 정말, 까막득히 몰랐던 것입니다 백신 3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