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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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와 우주론 / 박남준삶 2019. 9. 22. 22:02
상사화와 우주론/박남준 크고 높고 화려한 것이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세상의 조화로움에 다 쓰임이 있는 것이다 태양과 행성과 거기 위성이 존재하며 별들의 우주가 반짝이듯이 어제도 보이지 않았다 오늘 솟아오른 것들 이 삼복 더위에 꽃과 잎이 끝내 이름처럼 만날 수 없는 숙명이라지만 때가 되어 이윽고 꽃대를 밀어 올리는 묵묵하고 꿋꿋한 생의 자세 이토록 비상하는 일상이 따로 있을까 눈 들어보면, 귀 기울여보면, 그대 안에, 그대의 문 밖에 내 안에, 내 마음의 멀고 가까운 눈앞 펼쳐져 있는 저 저~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것이 자유인입니다 나로부터의 자유,,, 남으로부터의 자유,,, 스스로 매여있기로부터의 자유인,,,!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지름길 입니다 -- 문화영의 무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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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삶 2019. 9. 14. 20:53
가을 법어(法語) / 장석주 태풍 나비 지나간 뒤 쪽빛 하늘이다 푸새 것들 몸에 누른빛이 든다 여문 봉숭아씨방 터져 흩어지듯 뿔뿔이 나는 새떼를 황토 뭉개진 듯 붉은 하늘이 삼킨다 대추열매에 붉은빛 돋고 울안 저녁 푸른빛 속에서 늙은 은행나무는 샛노란 황금비늘을 떨군다 쇠죽가마에 괸 가을비는 푸른빛 머금은 채 찰랑찰랑 투명한데 그 위에 가랑잎들 떠 있다 몸 뉘일 위도에 완연한 가을이구나 어두워진 뒤 오래 불 없이 앉아 앞산 쳐다보다가 달의 조도(照度)를 조금 더 올리고 풀벌레의 볼륨은 키운다 복사뼈 위 살가죽이 자꾸 마른다 가을이 저 몸의 안쪽으로 깊어지나 보다 상사화와 우주론 / 박남준 크고 높고 화려한 것이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세상의 조화로움에 다 쓰임이 있는 것이다 태양과 행성과 거기 위성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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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의 계절 입니다산 2017. 9. 17. 21:43
길을 걷다가 / 유인숙 문득 주저앉고 싶을 때가 있다 애써 눈물을 감추려다 주체 못 할 설움에 굵은 눈물 쏟아내고 싶을 때가 있다 사람들은 편견의 울타리를 만들어 놓고 슬픔의 이유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깊은 고독에 해야 할 말을 잃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저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멍하니 앉아있고 싶을 때가 있다 생각의 끈을 놓아버린 채 뇌리에 백지 하나 걸어두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부터 아빠 가시고기처럼 돌 틈에 머리를 막고 죽어가더라도 그렇게 이유 없이 사랑하고 싶을 때가 있다 좋은 사랑이 되고 싶다 / 유인숙 아, 내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메어야 할 짐이 있다면 찡그린 얼굴로 돌아서거나 버거워하지 않는 삶 하찮은 것조차 기뻐하는 삶이고 싶다 한순간이라도 서로의 짐을 나누어지고 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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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불갑산 상사화 개화 현황삶 2017. 9. 17. 08:40
상사화 / 이해인 수녀 아직 한번도 당신을 직접 뵙진 못했군요 기다림이 얼마나 가슴아픈 일인가를 기다려 보지 못한 이들은 잘 모릅니다 좋아하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서로 어긋나는 안타까움을 어긋나보니 않은 이들은 잘 모릅니다 날마다 그리움으로 길어진 꽃술 내 분홍빛 애틋한 사랑은 언제까지 홀로여야 할까요? 침묵 속에서 나는 당신께 말하는 법을 배웠고 어둠 속에서 위로 없이도 신뢰하는 법을 익혀 왔습니다 죽어서라도 당신을 만나야지요 사랑은 죽음보다 강함을 오늘은 어제보다 더욱 믿으니까요 상사화 /이재성 긴 긴밤 애타는 그리움으로 행여나 님의 소린가 바람결에 잠이 든다 잎새 떠난 그 자리에 피어나는 안개처럼 풀잎지고 꽃이피니 눈물꽃 상사화라네 붉게 젖은 눈망울에 노랗게 타버린 가슴이여 이룰수 없는 사랑 애처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