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불타고 있다 /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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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불타고 있다 / 박노해삶 2022. 11. 8. 22:16
삶이 불타고 있다 / 박노해 그 시대 젊은 우리는 프로메테우스가 되고자 했다 신으로부터 불을 훔쳐 와 춥고 가난한 지상의 인간에게 주는, 그리하여 쇠사슬에 묶여 날마다 적의 부리에 심장을 파먹혀가는, 어둠의 시대는 가고 불의 시대가 왔다 기술의 불과 권리의 불과 탐욕과 질시와 재미의 불이 인간의 감각을 불지르고 대지와 하늘을 불지르고 오래된 전승과 신성한 지혜와 자신의 영혼을 불지르고 삶 자체를 불지르도다 반신반인들의 불타는 지구여 더 많은 불을 바라는 시대여 어둠 속 동굴에 묶인 나는 녹슨 쇠사슬에 풀려나 불타는 세계를 걸었노라 그로부터 나는 다시 침묵의 설산으로 올라가 세계의 희망이 어떻게 살해되어 가는지를 보았노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는 산정에 앉아 홀로 울었노라 불타는 세계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