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마을에 갔습니다 / 강연호 지리산 산동 마을로 산수유 사러 갔습니다 산동 마을은 바로 산수유 마을이고 그 열매로 차를 끓여 마시면 이명에 좋다던가요 어디서 흘려들은 처방을 핑계 삼았습니다만 사실은 가을빛이 이명처럼 넌출거렸기 때문입니다 이명이란, 미국 같은 귓바퀴가 소리의 출구를 봉해버린 것이지요 내뱉지 못한 소리들이 한꺼번에 귀로 몰려 일제히 소용돌이치는 것이지요, 이 소리도 아니고 저 소리도 아니면서 이 소리와 저 소리가 한데 뒤섞이는 것이기도 하구요 어쨌거나 이면은 이명이고 산수유 열매를 입에 넣어 하나하나 씨앗을 발라냈다던가요 산수유, 하고 입 안에서 가만가만 굴글려보면 이명이란 또한 오래 전 미쳐 못 다란 고백 같은 것이어서 이제라도 산수유 씨앗처럼 간곡하게 뱉어낼 것도 같았습니다 그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