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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당신이 있으면 좋겠다 / 류시화산 2023. 7. 23. 16:11
그곳에 당신이 있으면 좋겠다 / 류시화 잔잔하게 바람이 불어 나를 어디로 데려가 줬으면 그곳이 어딘지 묻지 않고 바람 따라 흐르고 싶다 혼자라서 외롭다 느끼면 바람이 데려다 주는 곳에서 잠시 머물러 바람과 이야기하고 나뭇가지에 걸리면 쉬어 가면 되지 앞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사람 그리움에 가리고 외로움에 가려서 내 시야는 비 내리는 날처럼 흐리고 눅눅하지만 홀로 바람 따라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마음은 봄이라 그럴까? 겨울의 끝자락이라 아쉬워서 그럴까? 바람이 데려다 주는 그곳이 어디든지 상관없지만 당신이 있으면 좋겠다 (2023년 봄 추억) 슬픔과 기쁨이,,,, 감정의 기복이 있는 시간입니다 나를 내 생각에 자꾸만 가두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을 우리 방식으로 산다는 것은,,,, 쓸데없이, 일어나지도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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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함이 따뜻함에게 / 고정희산 2023. 7. 20. 20:54
쓸쓸함이 따뜻함에게 / 고정희 언제부턴가 나는 따뜻한 세상 하나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추운 거리에서 돌아와도, 거기 내 마음과 그대 마음 맞물려 넣으면 아름다운 모닥불로 타오르는 세상 불 그림자 멀리 멀리 얼음장을 녹이고 노여움을 녹이고 가시철망 담벼락을 와르르 녹여 부드러운 강물로 깊어지는 세상 그런 세상에 살고 싶었습니다 그대 따뜻함에 내 쓸쓸함 기대거나 내 따뜻함에 그대 쓸쓸함 기대어 우리 삶의 둥지 따로 틀 필요 없다면 곤륜산 가는 길이 멀지 않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내 피가 너무 따뜻하여 그대 쓸쓸함 보이지 않는 날은 그대 쓸쓸함과 내 따뜻함이 물과 기름으로 외롭습니다 내가 너무 쓸쓸하여 그대 따뜻함 보이지 않는 날은 그대 따뜻함과 내 쓸쓸함이 화산과 빙산으로 좌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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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 / 안도현산 2023. 7. 4. 21:32
개화 / 안도현 생명이 요동치는 계절이면 넌 하나씩 육신의 향기를 벗는다. 온갖 색깔을 고이 펼쳐 둔 뒤란으로 물빛 숨소리 한 자락 떨어져 내릴 때 물관부에서 차오르는 긴 몸살의 숨결 저리도 견딜 수 없이 안타까운 떨림이여. 허덕이는 목숨의 한끝에서 이웃의 웃음을 불러일으켜 줄지어 우리의 사랑이 흐르는 오선의 개울 그곳을 건너는 화음을 뿜으며 꽃잎 빗장이 하나 둘 풀리는 소리들. 햇볕은 일제히 꽃술을 밝게 흔들고 별무늬같이 어지러운 꽃이여 이웃들의 더운 영혼 위에 목청을 가꾸어 내일을 노래하는 맘을 가지렴. 내일을 노래하는 맘을 가지렴 누구는 삶을 느끼고, 배우려면 떠나라고 합니다 어디로, 산,,, 바다,,, 고요함 속에서 강한 존재감으로 다가온 곳이면 좋습니다 그동안 못느끼던 뜨거움을 느끼는 곳이면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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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 나태주산 2022. 9. 28. 21:36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 나태주 인생이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는 사람 없고 인생이 무엇인가 정말로 알고 인생을 사는 사람 없다 어쩌면 인생은 무정의용어 같은 것 무작정 살아보아야 하는 것 옛날 사람들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고 앞으로도 오래 그래야 할 것 사람들 인생이 고달프다 지쳤다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가끔은 화가 나서 내다 버리고 싶다고까지 불평을 한다 그렇지만 말이다 비록 그러한 인생이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조금쯤 살아볼 만한 것이 아닐까 인생은 고행이다!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있다 우리 여기서 ‘고행’이란 말 ‘여행’이란 말로 한번 바꾸어보자 인생은 여행이다! 더구나 사랑하는 너와 함께라면 인생은 얼마나 가슴 벅찬 하루하루일 것이며 아기자기 즐겁고 아름다운 발길일 거냐 너도 부디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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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이 나를 키웠네 / 박노해산 2022. 7. 2. 08:31
그 산이 나를 키웠네 / 박노해 많은 산을 넘어 왔네 세상의 산들을 오르며 앞서가 산이 된 사람들을 생각하네 많은 강을 건너왔네 세상의 강을 건너며 슬픔으로 깊은 강이 된 사람들을 생각하네 길에서 태어나 길을 찾아 걸어온 나 돌아보면 그 산들이 나를 키웠고 그 강들을 건너며 나는 깊어졌네 내 발자욱을 밟고 오는 벗이여 그대가 딛고 오를 커다란 산 하나 그대가 품고 건널 깊은 슬픔 하나 길 찿는 내 인생에 남겨줄 수 있다면 오늘은 지정된지 100주년 되는 협동조합의 날 입니다 영국 롯치데일에서의 첫 발걸음이 장강처럼 흘러내립니다 생활속에 작은 변화를 통하여, 세상을 바꾸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협동조합이,,, 작은 꿈들을 가꾸는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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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 법정스님산 2022. 6. 6. 06:02
명상 / 법정스님 명상은 조용히 지켜보는 일이다. 사물의 실상을 지켜보고 내면의 흐름을, 생각의 실상을 고요히 지켜보는 일이다. 보리달마는 "마음을 살피는 한 가지 일이 모든 현상을 거두워들인다"고 했다. 지식은 기억으로 부터 온다. 그러나 지혜는 명상으로부터 온다. 지식은 밖에서 오지만 지혜는 안에서 움튼다. 안으로 마음의 흐름을 살피는 일 이것을 일과 삼아 해야 한다. 모든 것이 최초의 한 생각에서 싹튼다. 이 최초의 한 생각을 지켜보는 것이 바로 명상이다. 명상은 안으로 충만해지는 일이다. 안으로 충만해지려면 맑고 투명한 자신의 내면을 무심히 들여다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명상은 본래의 자기로 돌아가는 훈련이다. 명상은 절에서, 선방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활짝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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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주기를 지나면서산 2022. 5. 23. 08:15
재의 얼굴로 지나가다 / 오정국 섣불리 손댈 수 없는 얼굴 이마에 재를 바르고 이마에 재를 바른 손가락을 헤아려 본다 거기에 매달렸던 기도와 눈물을 나는 재의 얼굴로 거리를 지나간다 재의 얼굴은 사막 여행자 같다 양의 귀에 내 죄를 속삭이고 칼자루에 힘을 줬던 벌판, 수천 겹의 밤길을 헤쳐 온 낡고 거친 이마를 씻고 문지르지만 재의 얼굴은 무심하다 재의 얼굴은 밝아지지 않는다 나는 재의 얼굴로 나를 지나간다 눈구멍을 움막처럼 열어 둔 채 벙거지 하나 걸치고 매일매일 딴 세상으로 떨어지는 태양을 애도하면서 나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분, 삶의 역동적인 움직임, 부존재에서 찾아오는 공허함을 깊이 느낌니다 또 지나갑니다